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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우크라 주판 두드리기만...종전협상은 ‘안갯속’[어떻게 보십니까 2023-우크라이나전쟁]
러-우크라, 크림반도 확보 두고 공방전
러, 이르면 내년 1월 말 전방위 대공세
본격 평화 협상 대신 우군 확보 외교전
‘외교 對 군사적 승리’…엇갈리는 해법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올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 들어 가장 큰 국가 대 국가 전면전이다. 유럽 대륙의 오랜 평화가 깨졌을 뿐만 아니라 2022년 세계 경제마저 뒤흔들었다.

서방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분전하며 군사강국 러시아의 대공세를 막아냈지만, 돈바스 지역부터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동남부 지역을 여전히 수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전쟁은 해를 넘어 가고 있다. 양국 모두 종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종전 협상 논의는 사실상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궁극적인 전략 목표는 같다. 바로 크림반도의 안정적인 확보다.

2014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이번 전쟁을 통해 되찾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의지는 “크림반도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말로 함축된다.

지난달 남부 헤르손을 되찾은 우크라이나 군은 마지막 경계선으로 꼽히는 드니프로 강 동편 킨부른 반도까지 진격했다. 킨부른 반도는 드니프로 강과 흑해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킨부른 반도를 반드시 지켜야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흑해함대의 핵심 기지인 세바스토폴 항구를 포함한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차지하고 있는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의 영토로 합병한 4개 지역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은 최근 “러시아의 새로운 영토 4곳에 대한 러시아의 제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이란 4개 지역과 우크라이나 나머지 지역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및 비나치화, 러시아 안보에 대한 위협 제거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비나치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 특별군사작전’의 명분 중 하나로, 우크라 친서방 정권의 축출을 의미한다. 점령지에서 우크라 행정관리들도 전부 떠나야 한다는 요구다.

우크라이나 전황 [뉴욕타임즈]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르면 내년 1월 말 러시아가 전세를 역전하기 위해 대공세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주요 공격은 2월, 최악의 경우 1월 말에 닥칠 수 있다”면서 “공격의 방향은 도네츠크, 드니프로 또는 수도 키이우 어느 쪽이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키이우에 대한 재공격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국제사회에 협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평화를 위한 외교보다는 전쟁에서의 우세를 위한 ‘내 편 만들기’에 집중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방미를 통해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포함한 18억5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군사적 지원을 이끌어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연내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둘러싼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다만 양측은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며 종전을 위한 대화엔 소극적인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유엔의 중재를 통한 평화협상을 내세우면서도 러시아의 전쟁범죄 기소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4개 지역이 러시아에 병합된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바버라 잔체타 킹스칼리지런던 전쟁학과 교수는 “평화협정을 위해서는 적어도 한쪽이 핵심 요구사항을 변경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와 관련된 신호도 없고 앞으로 나타날 조짐도 없다”며 단기간에 평화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리만에서 한 어린이가 장갑차 앞에 서 있다. [AFP]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방식에 대해서는 서방 전문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러시아와의 협상은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라파엘 코헨 연구원과 지안 장띠유 역사가는 우크라이나 군이 최근 헤르손 수복 등 일련의 성공을 거둔 반면, 러시아는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사례에서 보듯이 군사적 상황이 유동적일 때 외교적 해결을 시도할 경우 재앙으로 끝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패배를 인정하고 전쟁을 끝내기를 원할 때 비로소 협상이 필요한 때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스탄체 스텔젠뮐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하고 슬라브 문화에 기반해 안정적인 민주주의로 변모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유럽에 막대한 안보적 이익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모델이 될 것이고 이는 푸틴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로 그것”이라며 미국과 EU가 보다 적극적으로 군사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게 패배한 후 푸틴 체제가 빠르게 붕괴될정도로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월터 러셀 미드 바드대 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의 권위가 붕괴되면 최악의 경우 러시아 지역의 혼란과 전쟁을 초래하고 이는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안정적인 러시아 연방이 존재하는 것이 우크라이나부터 북극해까지 뻗어있는 광범위한 지역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것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모든 땅을 내주진 않겠지만 미국과 서방이 안보와 원조를 약속한다면 우크라이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평화조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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