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범 재판소 기소 전제로…러 “현실 고려해야 협상”
협상 주도권 쥐기 위해 군사적 충돌도 이어가
우크라이나 군이 바흐무트 전선에서 피온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우크라이나가 국제연합(UN)의 중재 하에 러시아와 평화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 전쟁범죄 기소를 내세우고 있어 실제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구테레스 사무총장을 중재자로 UN에서 2개월 이내에 평화 정상회담을 갖길 원한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UN을 통한 평화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혔다. [AP] |
쿨레바 장관은 “모든 전쟁은 외교로 끝나게 된다”며 우크라이나의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UN은 특정 국가에 호의를 베푸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기 될 수 있다”며 “그 방식이야말로 관계된 모든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모두 평화 협상에 개입하기 위해 UN을 통한 협상을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발언이 현실화돼 실제 협상이 진행되기까지는 다소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쿨레바 장관이 협상의 전제 조건에 대해 “러시아가 먼저 국제 법정에서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면서 “그들은 이런 식으로만 협상의 단계에 초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 ▷러시아 군 철수 ▷모든 포로 석방 ▷러시아의 전쟁범죄 다룰 전범 재판소 설치 등을 포함한 10개 조항의 평화공식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이날 성명을 통해 UN 회원국들에게 러시아의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으로서 지위를 박탈하고 UN 회원국에서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안보리에서 소련을 대신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만큼 상임이사국으로서 합법적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무시할 수 없는 오늘날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평화협상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점과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를 인정하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모든 당사자와 수용 가능한 해결책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책임을 돌렸다.
종전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남부 헤르손 시내에서 차량들이 불타고 있다. [AP] |
양측은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6일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사라토프 주의 엥겔스 군사 비행장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곳은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800㎞ 가량 떨어진 곳으로 이달 초에도 드론 공격을 받은 곳이다.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군인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의 후방에 전쟁의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깊이 착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헤르손 지역에 총 71번의 포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헤르손에서는 16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을 입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