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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경기 어렵지만 연말자선·기부 열기만은 식지 않길

세밑 한파가 기승이다. 불황의 터널 속인 경제 온도는 더 낮다. 이럴 때 언 마음을 녹여주는 게 자선과 기부 열기다. 하지만 연말 자선의 대표선수인 구세군의 자선냄비와 무료급식소, 사랑의열매에 도통 열기가 돌지 않는다. 벌써 3년째 코로나19로 식어버린 그대로다.

해마다 12월이면 사랑의 온도는 높아가기 마련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남는 아쉬움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자선으로 달래는 게 일반적이다. 마음의 위안은 베풂의 몇 배다. 그렇지만 차가운 경기만큼 온정도 식었다는 뉴스만 넘친다.

저소득층 겨울나기 후원의 대표 격인 연탄은행의 실태는 충격적이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연탄은행이 제공한 올해 후원은 25만700장으로, 전년 대비 46.7%(47만장) 줄었다. 급격한 기부 감소가 원인임은 물론이다. 주머니가 비어서만도 아니다. 연탄을 직접 나를 봉사참여자도 올해는 992명에 불과하다. 2300명을 넘었던 2019년의 절반도 안 된다. 마음도 식었다는 얘기다. 무료급식소들도 서글프긴 마찬가지다. 치솟는 물가와 급감한 후원금으로 하나같이 휘청인다는 소식들뿐이다. 찾아왔던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허기를 안고 돌아서는 일들이 허다해졌다. 서울은 물론 춘천 인천 등 전국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문 닫는 걸 고민하는 곳도 많다. 오죽하면 지인들에게 후원을 수소문하다 못해 지자체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곳도 있다.

연말 거리를 온정의 소리로 달구는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봉사자 수가 줄었고 그나마 상당수는 어르신들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모금이 이뤄진다지만 새로 시작한 온라인과 우편기부 확산의 효과를 고려하면 열기와는 다른 차원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는 12월 들어 희망나눔 모금을 시작했지만 하순이 다 되도록 코로나19의 파장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3700억원)보다 조금 많은 4040억원이 목표지만 달성 여부는 미지수다. 광화문 사랑의온도탑은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도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예년 수준의 기부를 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헤밍웨이는 노벨상을 받은 후 그 상금을 쿠바의 버진성당에 기부하면서 “당신이 무엇인가를 소유했음을 알게 되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주었을 때”라고 했다. 자선·기부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배려와 이해다. 그게 사랑이고 심지어 내가 행복해지는 최선이다. 그럼 인생의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도 한다. 많고 적음은 의미가 없다. 꼭 물질로만 베푸는 것도 아니다.

연말 온정의 열기가 다시 달아 오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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