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중 전쟁 중인 러시아에만 앞서
미·일 10% 안팎·중국 19% 내려
비중 큰 반도체 부진·중국경기 악화·원화 약세 등 악재 겹쳐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해 코스피 등락률이 주요 20개국(G20)의 주요 증시 지표 가운데 1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꼴찌’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코스피의 성적이 최하위인 셈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G20의 주요 증시지표를 기준으로 올해 첫 거래일과 지난 20일 종가를 비교한 결과 코스피는 연초보다 21.93% 하락했다. 지수는 지난 1월 3일 2,988.77에서 출발했으나 지난 20일 2,333.29로 거래를 마친 상태다.
G20 중에서 한국보다 하락률이 높은 나라는 러시아(-40.40%)가 유일했다. 한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20개국 가운데 14개국 주요 증시 지표가 연초 대비 떨어졌지만 하락률은 대부분 20%를 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9.33% 떨어졌고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0.21% 내렸다.
폐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경기 둔화로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줬던 중국 상해종합지수의 하락률도 19.25%였다. 20개국 가운데 튀르키예(터키)의 비스트(BIST)100지수가 181.26%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2위 아르헨티나 메르발(MERVAL) 지수의 상승률도 101.38%로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코스피가 유난히 부진했던 건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업황이 나빴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각각 349조8300억원(시총비중 18.96%), 57조원(3.09%)으로 두 종목의 시총 비중은 20%를 넘는다. 반도체 산업의 업황이 코스피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 시장은 얼어붙었다. 특히 한국이 주력으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경기 위축 속에 지난 2분기부터 스마트폰과 PC 수요가 급감했다. 또 그동안 반도체 산업 성장을 이끌었던 서버도 주요 국가의 긴축정책 속에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3∼4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가파른 상황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반도체 비중이 높은 탓에 주요국에 비해 올해 기업들의 실적 하향 폭도 크다”며 “특히 한국의 IT섹터 주당순이익(EPS)이 50.6% 하락하며 코스피 실적 전망치 하향을 주도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수출 개선에 전제조건 격인 중국의 경기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회복이 아직 요원한 점, 원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유출된 점 등도 코스피가 부진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의 악재들이 해소되더라도 내년 부동산 경기 관련 리스크 등이 새롭게 부각돼 증시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스마트폰과 PC 관련 재고 조정이 계속되며 부진할 가능성이 크고, 중국 역시 방역 완화 기조로 돌아섰지만 가시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