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지난 20일 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미국 등 주요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일본은행이 갑작스럽게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가뜩이나 불확실성에 허우적대던 주요국 시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20일 금융정책회의에서 10년물 국채(JGB) 금리 변동 범위를 기존 ±0.25%에서 ±0.50%로 확대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번 결정이 채권시장 기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의를 앞두고 블룸버그통신이 실시한 설문에 응답한 이코노미스트 47명 모두가 일본은행이 기존 정책 유지를 전망했을 정도로 이번 결정은 충격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과 일본은행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크리스마스를 훔쳤다”고 보도했다.
당장 엔화 가치는 급등했고 달러화 가치는 올해 6월 수준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글로벌 긴축 위험으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5베이시스포인트(bp)가량 뛰어올랐다. 구로다 총재의 해명에도 시장은 긴축조치로 받아들인 셈이다.
페이세트자산운용의 톰 그래프 투자부문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끝나고 새 총재가 취임하는 내년 4월에야 통화정책이 변경될 것이라 예상했던 시장은 앞으로 2차례 더 남은 구로다 총재 주재 회의마다 출구전략에 대한 경계심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구로다 쇼크’는 출구를 향한 일본은행의 위험한 길의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엔화 자금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은 2021년 기준 미국에만 253조엔(약 2466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순대외자산 보유국이다. BOJ의 정책 변화에 따른 자금 움직임은 곧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의 기조 변화는 그간 싸게 자금을 조달하는 통로로 이용되던 엔화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자본의 대규모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벤 에몬스 뉴엣지자산운용 포트폴리어 매니저는 “엔화와 미국 10년 구채 간 연결고리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일본 투자자들의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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