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당분간 강세 이어질 듯
여의도 증권가 [연합]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최종 금리 수준 중간값을 기존 4.6%에서 5.1%로 올린 것에 대해 증권가는 매파적(긴축 선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금리 수준을 상향한 것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아 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13∼14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75∼4.00%에서 4.25∼4.50%로 0.50%포인트(p) 올렸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금리의 중간값은 5.1%로 9월의 4.6%보다 0.5%p 상승했다. 내년 실업률 전망은 4.4%에서 4.6%로 상향 조정됐고, 성장률은 1.2%에서 0.5%로 하향 조정됐다. 물가 전망치는 2.8%에서 3.1%로, 근원 물가 전망치는 3.1%에서 3.5%로 상향했다.
증권가에서는 12월 FOMC 이후 당분간 채권시장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최근 강세를 일부 되돌리는 장세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최종 금리 수준을 상향하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은 매파적"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매파적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큰 반응이 없었고, 달러 인덱스는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공 연구원은 "해당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자체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는 기대를 가격에 빠르게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채권 랠리 및 달러 약세가 당분간 수시로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 전까지 연준의 공개자료는 매파적으로 해석됐으나, 2024∼2025년에 점도표 중간값 기준 100bp씩 인하 경로를 제시했고, 중간값 위쪽과 아래쪽에 점을 찍은 위원 수도 균형이 잡힌 모습"이라며 "이런 점이 매파적 점도표 공개에도 시장이 다시 안도할 수 있었던 재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12월 FOMC는 내년 최종금리 도달 시점까지 채권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며 "연준의 매파적 점도표 제시에도 장기물 중심의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는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점쳤다. 최제민·윤소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상 폭 축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인상 사이클이 연장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 연장 가능성이 재평가되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 모두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건형·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확인후 형성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낮추는 다소 매파적인 이벤트"라며 "당분간 경제지표 결과에 주목하며 시장이 연준과 줄다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 채권시장도 최근의 금리 하락세를 일부 되돌리는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는 당분간 최종금리 수준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도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정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보다 경기상황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전망"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추가 반등은 제한적"이라면서 "오히려 앞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가 강화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금리 인상에 따른 심각한 경제침체와 신용위험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위험자산 가격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현재 미국금리(4.5%) 기준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로 높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이익 하향 조정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는 미국과 국내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상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내년 1분기 주식시장은 위아래 모두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