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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동물 위해, 아이돌 위해…’ MZ세대 新기부문화
관심사·가치관 반영하는 ‘MZ’ 기부방식
“‘유기견을 위해서라면’” 인생 첫 기부
아이돌 이름으로 기부도 “선행·홍보 일석이조”
보육원 기부도 늘어 “물품 들고 직접 찾아와”
충북 소재 유기견 보호소 ‘띵독’에서 기부자들이 보낸 수건을 활용하고 있다. [띵독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최근 이사를 한 10년차 반려인 최정연(30)씨는 방 한켠에 쌓아뒀던 낡은 수건들을 모두 유기견 보호소로 보냈다. 난방시설이 열악한 보호소에서 겨울을 보내는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접한 뒤 모으기 시작한 것들이다. 최씨는 “어머니가 이삿짐 정리를 돕다 ‘이건 버릴 거지?’라고 했는데, ‘꼭 필요한 데가 있다’고 극구 말렸다”고 했다.

연말 들어 기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MZ세대 사이에선 ‘맞춤형 기부’가 유행하고 있다. 대형 모금기관을 통하기보단,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기부처를 찾는 이들이 많다.

최씨는 ‘동물권’이라는 관심사를 계기로 인생 첫 기부를 실천한 사례다. 최씨는 “기부를 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쉽사리 정해지지 않았었다”며 “평소 관심이 많던 유기견들이 직접 쓸 수 있는 물품 기부라고 하니 바로 실천하게 됐다” 했다.

이는 비단 최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꾸준히 물품 기부를 독려하고 있는 충북 소재 유기견 보호소 ‘띵독’ 관계자는 “수건 기부는 하루에 10건씩은 꾸준히, 전국 단위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덤기부’는 2016년 7억7000만원에서 2020년 34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MZ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아이돌 그룹 팬덤의 기부도 늘고 있다. 지난달 직장인 정모(28)씨는 한 아이돌 그룹의 데뷔 기념일을 맞아 팬덤 차원에서 진행한 기부에 참여했다. 정씨는 “저소득 청소년을 위해 기부한다니 공감도 돼 적은 금액이지만 동참했다”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을 좋은 계기로 홍보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고 했다.

이른바 ‘팬덤 기부’는 기부 문화의 ‘큰손’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 따르면 팬덤 기부금 규모는 2016년 7억7000만원에서 2020년 34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 사이에선 SNS를 통해 ‘상록보육원 물품기부’를 독려하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상록보육원은 성인‧청소년 의류, 미사용 문구류, 단행본 등의 물품 기부를 꾸준히 받고 있다. 김수연(18)양은 “대학교에서 입을 옷들을 사다보니 학생 때 입었던 옷들은 버려야 할 것 같은데, 보육원에 보낸다면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바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관심이 생겨 기부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이후, 상록보육원을 직접 찾는 청년 봉사자들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상록보육원엔 서울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20대 청년들이 돼지고기 100kg를 사들고 방문하기도 했다.

부청하 상록보육원 원장은 “올해 들어서 컵라면이나 과자를 사들고 직접 방문하는 20대 청년들이 다시 많아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방문을 꺼리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풀린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올해 발표한 ‘2022 기부트렌드’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언급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청년기부자들은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재미있고 유쾌한 방식의 참여를 원한다”며 “시민들이 부담없이, 즐겁게, 의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은 앞으로도 지속되고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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