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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개성·인간성 상실·환경파괴...공예, 답을 담다
2022공예트렌드페어 지휘 양태오 총감독
현대사회 문제 전통계승·손의가치·지속가능성이 해답
자연소재로 지역전통 담아낸 공예 ‘인간존중’ 담겨
메타버스 세상서 아바타 대화해도 본질 잃지 말아야
3개 테마 작가 42명 선발·개성 가득한 전시장 연출
MZ관객 많아지고 ‘DIY공예’ 인식 전환은 흥미진진
양태오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제공]

“우리 사회가 지금 고민하는 문제의 답은 공예에 있습니다” (양태오 2022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

국내 최대 공예 페어인 공예트렌드페어가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홀에서 열린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공예트렌드페어는 갤러리 연합이나 회사가 주최하는 일반적인 페어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상업적 이윤의 목적보다 한국공예의 진흥과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7년을 이어오면서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의 산업적, 예술적 가치 확장을 통해 공예문화의 대중화, 산업화와 더불어 아시아 공예 문화를 선도하는 공예 전문 특화 박람회로 성장했다. 개인 공예작가부터 소규모 공방을 비롯해 기업, 기관 및 갤러리, 대학교 등으로 그 참여 범위도 넓어졌다.

공예트렌드페어의 핵심인 주제관은 행사를 총괄하는 총감독이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는 기획 전시 공간이다. 올해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공예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울 종로구 계동길 태오양 스투디오에서 만난 양태오 총감독은 “공예가 이 시점에서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지금은 당위성의 시대”라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국내최대 공예박람회 ‘2022 공예트렌드페어’가 8~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열린다. 개인 공예작가, 공방, 기업, 기관 및 갤러리, 대학교 331개 사가 참여한다. 사진은 주제관 전시전경.

-우리사회가 지금 직면한 문제가 무엇이고, 공예는 어떻게 그 답이 될 수 있을까요?

▶ 제가 주목한 현시대의 문제는 ‘몰개성과 획일화’, ‘인간성 상실’, ‘환경 파괴’ 입니다. 디자인계는 물론이고 미술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이슈들이예요. 공예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전통의 계승’, ‘손의 가치’, ‘지속가능성의 모색’이지요.

이상협, 매병, 2022.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죠?

▶ 온라인·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지역성이 사라지고 있어요. 전통이 지워지고 그 자리에 유행과 트렌드가 자리잡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영감을 받는 소스가 비슷해졌어요. 디자이너나 건축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의 세상이죠. 소셜미디어는 세상을 순식간에 이어주지만 그 안에서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몰개성과 획일화’는 이제 굉장히 조심해야하는 부분입니다.

두번째는 인간성의 상실입니다. 획일화하면 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도 같은 기준에도 적용되요. 차별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가져오는 환경문제입니다.

박선민, ReBottle Objects, Plants Series No.15

-공예가 그 답을 줄 수 있다고요?

▶ 공예는 기본적으로 그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물건들이예요. 지역에서 난 자연적 소재를 이용해, 그 기후와 땅에 적합해 거기서 오래 버틸수 있도록 제작된 것들이죠. 전통을 계승하며 몰개성과 획일화의 가장 반대측에 서있게 됩니다. 공예에 역사와 지역성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말총갓, 화해(가죽신), 표주박 통을 볼까요? 단발령 이후 사라져버린 대표적인 공예품입니다. 그 안엔 사대부의 생활과 그 데이터가 살아있어요.

또한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기에 공예는 기본적으로 하이터치(High Touch·인간의 감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을 잇는 인간존중의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한 찬사, 이것이 만들어내는 문명에 대한 존중도 빼 놓을 수 없죠. 아무리 메타버스 세상이고 아바타로 대화한다고 할지라도 인간은 손으로 만들어낸 어떤 것들을 통해서 본질적인 진정성을 찾습니다. 공예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같은 본질을 잊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공산품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 한번 생각해보시죠. 공산품은 기본적으로 오래 쓰지 않습니다. 반면, 공예품은 오랜시간 씁니다. 특히나 최근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쓸 때마다 ‘아, 누구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공예품을 쓰다보면 물건을 아끼게되고, 공간을 아끼게 됩니다. 자연히 본인에 대한 존중으로 돌아와요.

김지선, 비닐로 제작한 화병과 오브제, 2022

-그렇다면 올해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은 어떤 모습인가?

▶ 공예가 가진 이 세가지 특성, 즉 ‘전통의 계승’, ‘손의 가치’, ‘지속가능성의 모색’으로 꾸렸습니다. 세가지 테마로 파빌리온을 꾸리고 이를 가장 잘 반영하는 작가 42명(팀)을 선정해 그 작업을 선보이려 합니다. 3개 파빌리온을 연결하는 지점엔 공예에 관한 책을 배치했습니다. 늘 전시에 가거나 미술관에 가면, 뭘 더 알아보고 싶은데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관객들이 조금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책을 추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구호 감독님, 유홍준 교수님, 이번 페어 홍보대사인 이승기씨가 추천한 책들입니다. 40명 넘는 작가들 중에 스토리가 없는 작가는 한 명도 없습니다. 저한테 한 명 꼽아달라고 하지 마세요 너무 어렵습니다(하하). 같은 소재로 작업하더라도 스타일이 너무 다르게 나오거든요. 결국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실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제관이 하나의 디렉토리로 작용했으면 합니다. 우리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작가로는 누가 어울릴까. 환경을 고민하고 있는데 결이 같은 작가는 없을까? 할때 찾아볼 수 있도록 말이죠.

강영민, Platubo Colleticon AFF Chair, Roma Stool, 2022

-실제로 명품 브랜드가 공예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합니다.

▶ 앞서 말한 공예의 세가지 특성 ‘전통의 계승’, ‘손의 가치’, ‘지속가능성의 모색’이 명품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딱 맞거든요. 명품 브랜드의 탄생도 바로 전통, 지역성, 손으로 만든 장인정신에서 출발하잖아요. 사실 모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죠. 기업들이 이같은 가치를 존중하고 만들어나간다면 시대가 정말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2022 공예트렌드페어 전시 전경. 이한빛 기자

-젊은 관객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시나요?

▶ 작년 공예트렌드페어 현장 방문 관람객 공식 집계가 5만 4000명이었습니다. 부스 보기가 힘들정도로 줄 서서 들어가기도 하고, 최근 공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관객들이 많아 진 것은 사실이고요. 전시나 페어 등 관람하는 것이 하나의 당연한 문화활동이 된 것을 넘어, 흥미로운건 MZ세대들이 ‘창작 욕구’가 많다는 점이예요. 실제로 나도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보고 싶다 하는 인구가 늘어났고, 공예공방을 찾는다고 해요. 페어에 참여하는 작은 공방들도 클래스를 운영하는데 클래스와 본업의 비율을 맞추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공예=장인’, ‘어려운 것’에서 ‘내가 해 보는 것’으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는 셈이죠.

양태오 총감독이 제시한 세가지 키워드는 주제관을 넘어 페어 전체로 확장한다. 예술품으로서 공예 찬미를 넘어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가치제로 공예를 다루기 때문이다. 페어에서는 △테이블웨어·주방용품 △가구·조명 △오브제·데코레이션 △패션·장신구 △생활용품·사무용품 등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작품들을 330여개 참가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공진원 관계자는 “올해는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고 실천할 계획”이라며 “인쇄물과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장애인 공예작가의 참여를 다방면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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