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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또 “핵전쟁 가능성” 경고…美 “무책임한 발언”
“핵무기를 방어·반격용으로 고려”
우크라의 러 본토 공격에 대응 성격
돈바스 지역 수복을 러 공격으로 간주할 수도
EU 집행위, 드론 수출 금지 등 9차 제재안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자국 인권이사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핵전쟁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자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또다시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추가 제재로 압박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권이사회와의 정례회의에서 “핵전쟁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그러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 영토가 공격을 받을 때는 매우 제한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는 방어 수단과 잠재적인 반격 수단으로 대량살상무기, 핵무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유럽 대륙에 다수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러시아는 핵무기를 다른 영토로 이전하지 않았지만 필요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동맹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가 갖는 억지력이 러시아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러시아의 핵무기가 다른 국가의 것보다 더 발전되고 현대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면도칼처럼 휘두르며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지 우리에게는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점이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억지력이란 한쪽이 공격 의사를 갖더라도 상대편의 반격이 두려워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을 말한다. 통상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는 강력한 살상력과 파괴력 때문에 억지력을 갖는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핵무기와 관련해 절제되지 않은 발언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하다”며 푸틴 대통령의 핵 전쟁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냉전 이후에 전세계 여러 국가가 핵전쟁은 있어서는 안 되며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러시아도 그러한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 위협이나 전술핵 무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냉전 이후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근본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전략 핵폭격기 Tu-95MS [타스]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영토 내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등 러시아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일에는 러시아 랴잔 댜길레보 공군기지와 사라토프 엥겔스-2 기지로 공격용 드론을 보내 공격했다. 러시아 폭격기 두 대가 일부 파손됐고 러시아군 3명이 숨졌다. 다음날에는 쿠르스크 비행장 연료저장탱크가 드론 공격으로 폭발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푸틴 대통령은 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같은 공격에 대해 뉴욕타임즈(NYT)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러시아 본토까지 끌고갈 역량과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개전 이후 가장 대담한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전쟁확대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변함이 없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라고 독려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전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를 공격하도록 독려하지도, 가능하게 하지도 않았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우리가 무기 시스템을 제공하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크라이나의 결정 사항이며 우린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우려에 따라 공격 범위를 개전 전 우크라이나 영토로 한정하더라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이용해 반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9월 러시아는 개전 이후 확보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합병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지역에 공격을 감행할 경우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 사용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 지역의 친러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과 돈바스 지역 정착촌에 대한 우크라이나 포격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도네츠크는 러시아의 일부가 됐으므로 러시아의 법적 통제가 완전히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군비통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의 핵무기 재고량은 6257기다. 이중 비축량을 제외하고 실제 전략적으로 배치 운용 중인 것은 1458기다. 미국은 이보다 적은 1389기를 배치했다.

또한 러시아는 530기 이상의 핵무기 운반 플랫폼을 실전 배치했다. ▷지상발사 대륙간탄도탄(ICBM) 310기 ▷전략핵잠수함(SSBN) 10척 ▷잠수함발사탄도탄 160기 ▷전략핵폭격기 70대 등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SORT),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등 일련의 군비통제조약을 통해 핵무기 재고량을 꾸준히 줄여 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최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문제 삼아 New START 이행을 위한 양자협의위원회(BCC)를 개최 하루 전 돌연 연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장에서 발견된 이란제 드론 파편 [AP연합]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영 러시아지역개발은행(RDB)를 포함한 러시아 은행 3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한편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 주요 기술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포함한 9차 제재 패키지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러시아에 대한 드론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재 대상에는 언론매체 4곳을 비롯해 러시아 군과 방산기업, 국가의회와 내각 고위인사 등 약 200명의 개인과 기관이 포함됐다.

집행위의 제재안이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오는 9일 경에는 영국도 자체적인 추가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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