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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직 안전벨트 풀 때 아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이 2%대에서 1%대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마이너스 성장 전망까지 나왔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9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집계됐다. 한국은행(1.7%), KDI(1.8%) 등 국내 주요기관들의 전망치가 1%대 후반임을 고려하면 더 비관적이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1.3%의 역성장을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과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그리고 2차 오일 쇼크 때인 1980년(-1.6%) 등 세 차례뿐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0.8% 성장했다. 노무라는 내년 주택 가격 하락과 금융 여건 악화에 따른 소비감소를 배경으로 꼽았다. 사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내년 한국 경제는 짧게는 상반기까지, 길게는 연말까지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한다.

노무라는 3대 경제활동 가운데 소비감소에 주목했지만 생산, 투자도 녹록지 않다. 우리의 주력인 반도체업황이 꺾이면서 11월에 수출은 2개월 연속 감소,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 행진했다. 3분기 투자가 소폭 증가했지만 추세적 회복보다는 기저효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어디를 봐도 암울한데 일부에서 긴장을 늦추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기업과 한국전력 등 공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가 소화되기 시작했고, 고공 행진하던 CP금리 상승세도 멈추면서다. 또 1500원대 전망까지 나오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내려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한숨 돌렸다. 큰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방역 통제를 풀고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잠시 호전되더라도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일시적 회복세)’로 보는 게 맞다. 섣불리 안전벨트를 풀어선 안 된다.

여전히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인상의 고삐를 죄려 하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으며, 강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관론을 꺾지 않고 있다.

한국에 대한 직접적 경고도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6일 보고서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한국 신용등급을 위협할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아직은 벨트를 조여야 할 때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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