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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립이라는 이름의 소외…한국 속 아프리칸 커뮤니티의 자화상
학고재, 사진가 최원준 개인전 ‘캐피탈 블랙’

최원준, 파티들, 동두천,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77x667cm [사진=학고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사진가 최원준(43)은 기록한다. 그의 렌즈는 지금 우리사회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따라간다. 이번에는 동두천과 파주에 주로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의 모습에서 다문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을 담고, 질문을 던진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는 11월 3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최원준의 개인전 ‘캐피탈 블랙’을 개최한다. 학고재에서 첫 개인전으로 사진 24점과 뮤직비디오 영상 2점이 나왔다. 작가는 “의무경찰로 복무하며 시위현장을 촬영했는데 이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동두천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 중 90%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이보(Ibo)족이다. 본국에서 가수로, 혹은 유명인으로 활동하던 이들도 한국에 와서 일용직노동자로 살고 있다”며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우리사회와의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했다”는 작가의 설명대로 카메라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의 깊숙한 단면을 포착했다.

최원준, 가나에서 온 레건과 선미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 서울, 2021, 피그먼트 프린트, 91x71cm [사진=학고재]

카메라가 향한 곳은 새로운 곳에 정착해 자신들을 알리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가나에서 온 레건과 선미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 서울’(2021)은 작가가 어렵게 찾아낸 다문화 가정이다. 대구 FC의 축구선수로 입단해 한국생활을 시작했으나, 부상을 입어 지금은 IT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레건, 그의 아내인 선미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유튜브에서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프리카인들은 고립을 택한다. 자국 교민회 혹은 아프리카 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성을 지키며 살아간다. ‘나이지리아에서 온이구웨(왕) 찰스와 호프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동두천’(2020)은 교민회 회장을 ‘왕’의 역할에 비하는 이들의 공동체문화가 읽힌다.

최원준, 나이지리아에서 온 이구웨(왕) 찰스와 호프 그리고 한국에서 자녀들, 동두천, 2021, 피그먼트 프린트, 120x145cm [사진=학고재]

‘파티들, 동두천’(2022)는 이보족이 주말에 행하는 파티들이다. 5개 사진이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데 친구들끼리의 모임, 생일, 헌아식 등의 현장이다. 돈을 하늘에 뿌리고 얼굴에 붙이는 행동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축하할때 행하는 풍습이다. 섬유, 가구, 플라스틱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은 주말동안 지인들과 교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전시장 가장 안쪽엔 신발모양 설치물과 뮤직비디오 영상 ‘저의 장례식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가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직접 2구의 시신을 나이지리아로 송환하는것을 돕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으로 제작했다. 거대한 신발은 실제 관이다. 망자가 평생 좋아하던 물건으로 관을 만드는 전통을 따랐다. 음악과 가수들의 제스쳐는 우리가 익히 접하는 팝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된 현실을 반영하는 가사가 아니었다면 바이브가 독특하고 귀에 잘 감기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최원준, 지밀과 에디, 동두천, 2021, 피그먼트 프린트, 178x138cm [사진=학고재]
최원준, 세자매, 파주, 2021, 피그먼트 프린트, 178x138cm [사진=학고재]

작가는 이들의 문화적 고립에 대해 “초국가적 노동자들의 삶의 단면”이라면서도 “주야 교대로 근무하는 이들 노동자는 주말엔 교민회 행사에 참여하며 여가를 보낸다. 한국문화는 알아야할 이유도 딱히 없지만 접할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변화들은 일어나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2세들이 성장하고 있고, 이미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밀과 에디, 동두천’(2021), ‘세자매, 파주’(2021)의 아이들은 한국에서 대학을 가고, 패션 모델을 꿈꾼다. 왜 이들을 기록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같이 답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민중의 초상으로 그리고 있다.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문화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한 도구이자 한국인에게 이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제스쳐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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