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월드컵대표팀이 미국 대표팀에 패배하자 축포를 쏘아 올리며 축하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이란 축구대표팀이 숙적 미국과의 대결에서 패배해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반정부 시위대 일부가 축포를 쏘아 올리는 등 반겼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1대 0으로 패배하자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이란 반정부 성향의 온라인매체 ‘이란 와이어’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 축구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첫 골이 터지자 사케즈 시민이 폭죽을 터뜨리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란 북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으로, 반정부 시위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쿠르드족 활동가 카베 고라이시 역시 미국 대표팀이 이란의 골망을 흔들자 쿠르디스탄주 사난다지에서 환호성과 함께 폭죽이 터졌다며 관련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월드컵 대표팀이 미국 대표팀에게 패배하자 축포를 쏘아올리며 축하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그 외에도 온라인상에 공유된 여러 영상이 이날 케르만샤, 마하바드, 마리반 등에서도 축포가 터지는 장면을 담았다.

이란의 언론인 아미르 에브테하즈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은 졌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라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이란에서 자국 팀의 패배를 축하하고 심지어 상대 팀을 응원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은 미국을 꺾어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과 정부에 대한 깊은 반감을 가진 시민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이란 대표팀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전직 국가대표팀 축구선수 2명을 이날 석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 미국과의 경기가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란 프로축구 풀라드후제스탄 소속 선수 부리아 가푸리와 전직 국가대표 골키퍼 파비즈 보루만드를 석방했다.

가푸리는 이란 대표팀을 모욕하고 반체제 선전을 한 혐의로 지난 24일에, 보루만드는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혐의로 약 2주 전 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이란 월드컵대표팀이 미국 대표팀에 패배하자 축포를 쏘아 올리며 축하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