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Z세대가 그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무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꿈과 희망을 접어버린 ‘자포자기’의 세대로 여겨졌던 이들이다.

이들은 반 봉쇄 시위 검열에 항의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 용지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위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 있다. 시진핑 시대에 애국주의 선봉에 섰던 중국 Z세대가 이제는 반 정부 시위 선봉에 서면서 중국 정부에게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 봉쇄 시위 양상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포기’를 택했던 젊은이들이 거리 시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의 Z세대는 더 이상 납작하게 눕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납작하게 눕는다’는 표현은 취업도, 결혼도 표기하고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며 지내는 중국 젊은층을 가리키는 신조어인 ‘탕핑( 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기)’을 의미한다.

CNN도 이번 시위를 통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이번 시위가 방역 정책에 대한 반발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방증한다. 청년들이 외치는 반정부 구호에는 포기를 강요받으며 탕핑족이 돼야만 했던 현실과, 이를 방관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함께 녹아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Z세대가 “현대 중국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라고 표현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에 태어난 Z세대는 중국 경제 둔화와 팬데믹의 영향을 고스란히 짊어진 세대다. Z세대가 사회로 막 나오기 시작한 2010년 초, 중국 경제는 부흥기의 맞침표를 찍고 둔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졸 인력들이 쏟아져나오면서 고용시장은 과포화상태가 됐고, Z세대들은 무한 경쟁으로 떠밀렸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기록적 수준의 실업률과 감당할 수 없는 집값, 그리고 끝없는 봉쇄 속에 Z세대는 싸우기보다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탕핑’, ‘바이란’(擺爛·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는 태도)이 이들의 삶의 방식이 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일부 시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3년이나 일자리가 없었다”는 구호가 터져나왔다고 전하면서 “중국의 도시를 휩쓴 시위는 또 다른 긴장의 원천인 중국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경제적 좌절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50여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그 중에는 시 주석의 모교인 명문 칭화대도 있었다. 칭화대에서는 학생들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먼 방정식이 적힌 종잇조각을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프리드먼의 중국 발음이 ‘자유를 찾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