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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中 코로나 시위 중심에 선 Z세대, ‘탕핑족’은 어떻게 거리로 나서게 됐나 [나우,어스]
‘자포자기’의 세대에서 반정부 구호 선봉
경기 침체·무한 경쟁 속에서 ‘탕핑’(躺平) 선택
청년들의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방기한 정부 향한 불만
시진핑 모교에서도 수백명 반봉쇄 시위 나서
Z세대가 거리로 나섰다. 높은 실업률과 무한 경쟁에 꿈을 포기했던 이들은, 대규모 시위의 물결 속에서 그간 자신들이 떠안았던 경제적 피해와 잃어버린 희망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 당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저항하는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Z세대가 그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무한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꿈과 희망을 접어버린 ‘자포자기’의 세대로 여겨졌던 이들이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래 첫 대규모 시위의 물결 속에서 ‘시진핑 퇴진’에 대한 여론을 이끌며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검열을 피하며, 시위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도 청년 세대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반(反) 봉쇄 시위 양상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포기’를 택했던 이들이 거리의 시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의 Z세대는 더 이상 납작하게 눕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납작하게 눕는다’는 표현은 취업도, 결혼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생계비만 벌며 지내는 중국 젊은층을 가리키는 신조어인 ‘탕핑’(躺平, 평범하게 누워있기)을 의미한다.

CNN도 최근 시위를 통해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의 한 시위 참가자는 “공정한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들의 발언만으로 범죄자가 돼선 안 된다”며 “우리에겐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Z세대는 중국의 경기 둔화, 집값 상승 등에 이어 팬데믹까지 겪으면서 사회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세대다. WSJ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반봉쇄 시위의 물결 속에 “우리는 3년이나 일자리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AFP]

Z세대들이 거리로 나선 것은 최근 시위가 방역 정책에 대한 반발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방증한다. 청년들이 외치는 반정부 구호에는 포기를 강요받으며 탕핑족이 돼야만 했던 현실과, 이를 방관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함께 녹아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Z세대가 “현대 중국에서 가장 불운한 세대”라고 표현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에 태어난 Z세대는 중국 경제 둔화와 팬데믹의 영향을 고스란히 짊어진 세대다. Z세대가 사회로 막 나오기 시작한 2010년 초, 중국 경제는 부흥기의 맞침표를 찍고 둔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졸 인력들이 쏟아져나오면서 고용시장은 과포화상태가 됐고, Z세대들은 무한 경쟁으로 떠밀렸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장밋빛 미래를 꿈꿀 새도 없이 이들은 강력한 봉쇄 정책과 함께 집과 기숙사에 갇혔다. 기록적 수준의 실업률과 감당할 수 없는 집값, 그리고 끝없는 봉쇄 속에 Z세대는 싸우기보다 포기하는 것을 택했다. ‘탕핑’, ‘바이란’(擺爛, 악화하는 상황 속에서 포기하는 태도를 뜻함)이 이들의 삶의 방식이 된 이유다.

CNBC는 “탕핑과 바이란의 유행은 사회적 경쟁 속에 전염병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깊어진 젊은 중국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봉쇄로 갇힌 광저우대학 학생들이 복도로 나와 반봉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트위터 @flash news]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시위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3년이나 일자리가 없었다”는 구호가 터져나왔다고 전하면서 “중국의 도시를 휩쓴 시위는 또 다른 긴장의 원천인 중국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경제적 좌절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규모 시위에 앞서 이미 대학가에서는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과 항의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소위 엘리트층으로 분류되는 명문대 학생들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대에서는 코로나19 방역 대응으로 기숙사 주위에 봉쇄벽이 설치되자 학생 수백명이 반대 시위에 나섰다.

지난 주말에는 50여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그 중에는 시 주석의 모교인 명문 칭화대도 있었다. 칭화대에서는 학생들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먼 방정식이 적힌 종잇조각을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프리드먼의 중국 발음이 ‘자유를 찾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기도한 칭화대에서 봉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프리드먼 방정식이 적힌 종잇조각을 들고 시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갈무리]

블룸버그는 “중국의 가장 특권층에 있는 젊은이들조차 봉쇄 정책과 자신들의 희생에 대해 불안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들은 교육받은 젊은 세대가 더 높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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