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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48건 ‘고양이 로드킬’...중성화·안전운전 선행돼야
지난해 월평균 1460건 참변
동물 찻길 사고 매년 증가세
정부 유도울타리 등 대책 무색

#1. 직장인 김모(28) 씨는 지난 8일 오전 6시께 자택 앞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인 고양이 사체를 목격했다. 매일 출근길에 지나는 도로지만 고양이 사체가 길 한복판에 있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김씨는 “급하게 출근길에 오르느라 앞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하마터면 사체를 그대로 밟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 서울시 한 구청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주모 씨도 고양이 사체를 종종 목격한다고 했다. 이른 아침 미화 작업 중 찻길 사고(로드킬)를 당한 고양이 사체를 수거하는 과정에서다. 주씨는 “도로 곳곳에 흩뿌려진 고양이 내장을 치워야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반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 심적으로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내 도로에서 찻길 사고(로드킬)로 가장 많이 죽는 고양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고양이 로드킬 사건이 매달 1000건 넘게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에선 유도울타리 설치 등 저감 대책에 나섰지만, 도심에 주로 서식하는 고양이 특성상 중성화 사업 등 도심 환경의 특성에 맞춘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헤럴드경제가 국립생태원에서 제공받은 고양이 월별 로드킬 통계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고양이 로드킬 건수는 146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가 가장 많았던 달은 10월(1843건)으로 2000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월별로는 ▷1월 1056건 ▷2월 1293건 ▷3월 1364건 ▷4월 1139건 ▷5월 1207건 ▷6월 1661건 ▷7월 1691건 ▷8월 1595건 ▷9월 1555건 ▷10월 1843건 ▷11월 1785건 ▷12월 1338건 등이다.

로드킬은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국립생태원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동물 찻길 사고는 3만7261건으로, 1만5107건인 전년 집계치보다 2.5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고양이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지난해 고양이 로드킬 건수는 총 1만7527건으로, 비중은 47%에 달했다. 고양이 다음으로 가장 많은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1만847건)보다 6680건 더 많은 수치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야생동물 찻길 상위 80개의 사고 다발 구간을 중심으로 야생동물의 도로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유도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유도울타리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 대해선 사고 다발구간 사작점 앞에 운전자가 사고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LED 동물 찻길 사고 주의표지판도 설치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저감 대책에 대해 도심에선 도로 환경에 따라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 전임연구원은 “도심에서 LED 동물 찻길 사고 주의표지판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도로 상황에 따라 가능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들이 있다”며 “ 지자체 차원에서 주인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좀더 시행하고, 운전자 안전 교육 등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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