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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이자 오픈런에 '예금 쇼핑’…'-30%' 수익률, 주식 탈출 러시 [부메랑된 기준금리…3.25%의 역설]
10월 중 정기예금 56조 몰려
고금리 예금엔 ‘오픈런’
주식·펀드는 외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 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권제인 기자] # 공무원 허모(28)씨는 코스피가 2200선까지 하락한 7월 -30% 손실률에도 주식을 3000만원 가량 매도했다. 그 중 2000만원을 시중은행 4% 정기예금에 납입했다. 허씨는 “늘어나는 손실에 버틸 재간이 없었다”며 “주식으로 돈을 까먹느니 안전자산인 시중은행 예금에 투자하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금에 돈 넣으면 바보”라는 말을 깨고, 정기예금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간 은행 예금은 외환위기 이후 금리 한자릿수 진입, 2008년 금융위기 이후 0%대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오면서 계륵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 초장기간 저금리 시대를 거치며 연 5~6% 이자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한국은행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기예금이 투자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정기예금에는 총 56조2000억원이 늘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 한 달간 44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기성 자금을 넣기보다 고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신금리 상승으로 고금리 예적금을 가입하기 위해 고객들이 영업점 개장 전부터 줄서는 ‘오픈런’마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5%대로 올린 가운데 저축은행도 고객 유치를 위해 연 6%대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되는 만큼 최근에 자산가들도 각 사별로 ‘예금쇼핑’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상품을 해지해 조금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는 수요도 크다”고 전했다.

은행의 예금금리로 몰리는 이른바 ‘역(逆) 머니무브’는 대표적인 재테크 상품의 외면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공모펀드 잔액은 190조7421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전 219조2893억원과 비교하면 28조5472억원이 이탈한 수치다.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 외에도 랩어카운트, 펀드 등 시장형 상품은 증시 부진과 함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며 “그나마 채권의 경우 국채, 우량회사채, 달러채권 등 양질의 채권 위주로만 일부 소화된 정도”라고 말했다.

간접상품은 물론 직접투자에서도 개인들은 떠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대금(매수액, 매도액 합산)은 연초 대비 41.50% 감소했다. 1월 598조원에 달했던 거래대금은 10월 349조원으로 반토막 났고 거래량 역시 909억주에서 740억주로 18.6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예적금 선호 트렌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여년 간은 저금리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참다 못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 측면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 수준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안전자산으로 몰린 투자금이 대폭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금들 위주로 주식 및 채권 시장에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산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원리금 보장이 되는 확정 수익형의 고금리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합리적”이라면서도 “금융권의 자금 조달 상황과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인기가 늘었지만,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정점을 지난 이후에는 고금리 예적금 출시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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