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 냉동된 배아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기 리디아·티모시. [EPA=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의 한 부부가 30년간 냉동 보관된 배아로 쌍둥이를 출산해 화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레이철·필립 리지웨이 부부 사이에서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모시가 태어났다. 리디아는 2.57kg, 티모시는 2.92kg으로 건강했다.

이 부부는 익명의 기부자가 기증한 배아를 통해 쌍둥이를 낳았다. 쌍둥이의 배아는 1992년 4월22일에 냉동됐다.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의 배아 중 가장 오랫동안 냉동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지웨이 부부는 임신에 앞서 기증자의 신체, 유전 조건, 교육 수준, 직업, 영화나 음악 등 문화적 취향 등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리지웨이 부부는 기증자의 번호가 앞자리일수록 더 오래전에 배아를 기증했을 것으로 보고 순서상 앞 번호에 있는 기증자를 고르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부부는 영하 200도에 가까운 액체질소가 든 작은 빨대 위 장치에서 30년간 보관된 배아를 고른 것이다. 부부에게는 이미 8세, 6세, 3세, 생후 24개월이 다 돼가는 아이 등 4명의 자녀가 있다. 배아 기증을 통해 낳은 자녀는 없다.

30년전 냉동한 배아로 쌍둥이를 출산한 레이철·필립 리지웨이 부부 모습. [EPA=연합뉴스]

쌍둥이의 아빠인 필립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냉동된 배아를 얻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우리는 가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배아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필립은 "(이번에 태어난)쌍둥이는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아이들이지만 어떤 의미에선 가장 큰 아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전까지 최장 냉동 기록은 27년이다. 2020년 태어난 몰리 깁슨이 갖고 있다. 당시 몰리는 5년 동안 난임 문제로 고통받던 부부에게 이식돼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