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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 금리 올리랄 땐 언제고...”금리인상의 역습에 금융사 혼란
은행이어 보험사에도 금리 인상 자제 공문
금융사 “자금 시장 경색 완화 주문과 배치” 호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박병국 기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를 넘기고 일부 보험사가 연내 7%대 저축성보험 출시를 저울질 하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보험사에도 저축성 상품의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금융소비자들이 금리인상 혜택을 충분히 노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던 것과 배치되는 행보다. 지나친 금리 경쟁이 금융사 건전성을 해치고,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자금 조달 창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조달 방법까지 제동이 걸리며 금융사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금융당국은 생명보험사에 확정 금리형 저축성 보험 적용 이율 경쟁을 자제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금융 시장 환경이 급변해 금리 하락기로 돌아설 경우 고금리에 따른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앞서 은행들에게 수신금리 높이는 것을 자제요청 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연말까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 확대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역마진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에 도입되는 회계제도 아래에서는 오히려 건전성에 다소 여유가 생길 여지가 있어 저축성보험을 일정 한도 내에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으로의 자금 이동도 손놓고 볼 수만 없다. 생보사들의 현금성자산인 원수보험료 수익은 2020년 77조원대에서 올 상반기 40조원대로 급감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2 금융이 타격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당국도 은행의 수신(예·적금) 금리 상승이 대출금리를 밀어올리고, 제2금융권의 유동성까지 빨아들일 것을 염려해 예금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의 주요 역할을 맡게 된 은행으로선 채권 발행 등 수신을 제외한 자금조달방법도 자제할 것을 당부받은 상황이라, 수신 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조달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대 금융지주사를 만나 95조원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받았는데, 이중 90조원 이상은 사실상 은행이 맡게 됐다.

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데다 당국에서 은행채 발행까지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놓다보니 자금조달 수단이 사실상 정기예금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분위기가 풀리기 전까지 소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대출 확대도 주문받은 상황이다. 최근 당국은 자금 시장에 돈이 말라붙은 가운데 한전채가 이마저 빨아들이자, 채권 발행을 최소화하고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도록 했다. 하나은행이 한국전력에 6000억원 대출을 결정한 가운데 시중은행은 올 연말까지 2조원 이상을 한전에 대출할 예정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시마다 금융사들이 대대적인 자금지원에 나서는데, 정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은 없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lucky@heraldcorp.com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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