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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장 풀린 사막의 도시…중동에 부는 K팝 열풍
사우디 왕세자 방한 이후 문화 훈풍
韓 엔터와 MOU…K팝 진출 시동 기대
지난 10월 중동서 대형 K팝 공연만 3건
KCON 사우디 2022 2만여명 방문
“젊은 국가, MZ세대 K콘텐츠 관심”
 
BTS 정국, 카타르 월드컵 개회식 공연
블랙핑크, 내년 사우디ㆍ아부다비 공연
“폐쇄성 큰 중동…문화 이해, 배려 필요”
‘사막의 도시’ 중동에 다시 K팝 열풍이 일고 있다. 올 한해 CJ ENM, SM엔터테인먼트와 잇달아 MOU를 맺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행보는 K팝의 영토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9월 30~10월 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 열린 ‘KCON 2022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장엔 무려 2만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사진은 4세대 K팝 그룹 뉴진스.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막의 도시’ 중동에 불고 있는 K팝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2019년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 이후, 팬데믹 시대를 맞으며 닫혀버린 빗장이 풀렸다.

가요계에 따르면 20일 시작한 2022 카타르월드컵과 최근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이후 중동 권역을 향한 K팝의 확장세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올 한해 CJ ENM, SM엔터테인먼트와 잇달아 MOU를 맺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행보는 K팝의 영토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아랍 걸프 국가들의 중심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앞서 문화, 관광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 ‘사우디 비전 2030’을 제시, 전략적 협렵국 중 하나로 한국을 선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이재현 CJ 회장은 한류 콘텐츠 교류에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CJ ENM은 지난 6월 사우디 문화부와 MOU를 맺고 영화, 음악, 공연, 음식 등 전 분야에 걸쳐 문화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2032년까지 10년간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공동 개최하고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K팝 선구자’인 SM엔터테인먼트는 ‘미래 문화산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현지 시장 진출과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맺었다. SM은 “사우디-팝 프로듀싱과 현지 아티스트 발굴·육성,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연중무휴 음악 축제 개최, 지식재산권(IP) 기반의 상품 제작·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왕세자의 방한이 이들 사업의 추동 엔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 9월 30~10월 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 열린 ‘KCON 2022 사우디아라비아’. [CJ ENM 제공]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권역은 이미 K팝으로 뜨겁다. 지난달 중동에서 열린 K팝 공연만 해도 무려 세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두바이에서 열린 대형 공연들은 저마다의 성과를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K-컬처를 이끌어온 CJ ENM은 지난 9월 30~10월 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 K콘(KCON)을 열었다. KCON이 중동 지역에서 열린 것은 2016년 3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아부다비 이후 두 번째다. 에이티즈, 선미, 더보이즈, 효린, 뉴진스 등 다양한 K팝 그룹이 출연한 이틀간의 축제는 전 세계 213개국에서 820만 명이 생중계를 시청했다. 오프라인 공연장에는 무려 2만여 명이 찾았다. 2016년 아부다비에 8000여 명이 찾았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에이티즈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현지의 열기가 이전보다 훨씬 뜨거워졌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K-패션존에 전시한 뮤직비디오 ‘멋’의 한복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한류에 관심을 보인 것은 2005년이었다. 당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에서 배우 이영애가 출연한 드라마 ‘대장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사우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 7월엔 아시아 전역에 한류를 확산한 슈퍼주니어가 사우디 ‘제2의 도시’인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며 K팝의 씨앗을 뿌렸다. 같은 해 10월 ‘방탄소년단’(BTS)이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의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진행, 또 한 번의 역사를 썼다.

지난 9월 30~10월 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 KCON 2022 사우디아라비아. [CJ ENM 제공]

중동은 K팝의 ‘새로운 영토’다. 한국국제교류재단( KF, Korea Foundation)이 152개 재외공관과 협력해 발간한 ‘2021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 세계 한류 팬 수는 1억 5660만 명이다. 이 중 최근 10년 사이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한류 팬은 130배 증가했다.

특히 사우디가 중심이 된 메나(MENA, 중동, 북아프리카)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사우디는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다. 최근 몇 년 사이 K팝을 비롯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우디의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고, SNS가 활성화되면서다. 전체 인구 3508만 명 중 93.31%(3358만 명)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하는 비중은 79.25%(2780만명)에 달한다. SNS가 사우디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지역에 위치에 있어 인근 다른 언어권의 대륙까지 K-컬처의 빠른 확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MZ세대 중심으로 K-컬처를 향한 관심과 정부 주도의 문화 산업 육성 노력,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이어지는 지리적 이점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KCON의 신규 진출 지역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 권역에선 K팝과 K콘텐츠를 서방의 문화에 비해 보다 친밀하게 느낀다.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적인 중동 국가는 가족 중심의 문화, 어른 공경,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문화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볼 수 있어 문화적으로 가깝게 느낀다”고 말했다. K팝도 마찬가지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메시지를 담고 있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은 자극적이고 욕설이 난무하는 팝 음악과 달리 건전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높다.

지난 9월 30~10월 1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블러바드 리야드 시티에서 KCON 2022 사우디아라비아. [CJ ENM 제공]

K팝의 중동 진출은 곧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 정국이 K팝 최초로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부르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회식 무대에 섰고, 내년 1월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걸그룹으로 성장한 블랙핑크가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사우디 리야드와 UAE 아부다비에서 공연한다.

이제 훈풍이 불어온 중동 권역 진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낯선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KCON의 사우디 공연은 하루 5번 기도를 하는 이슬람 문화를 고려해 밤 10시에 진행됐다. 출연하는 K팝 걸그룹은 긴팔 상하의를 입는 등 노출을 최소화했다. 2019년부터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중동 권역에서 K팝과 넥스트 K팝 진출을 위한 다양한 공연을 이어온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관계자는 “중동은 폐쇄성이 짙어 다른 나라보다 진입이 어려운 권역이다”라며 “생활, 종교 등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진입해야 꾸준한 교류와 성과를 이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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