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도체 업계가 ‘1나노미터’ 반도체 구현 시기를 2029년께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3나노 반도체를 세계 최초 양산하며 TSMC에 앞서 기술 선도 프리미엄을 획득한 가운데, 2025년 삼성전자와 TSMC 모두 2나노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1나노 기술에 도달할 경우 어느 기업이 선두 패권을 가져갈지 주목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한 ‘화성 뉴 캠퍼스’ 건립 관련 국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글로벌 칩 로드맵에 따르면, 1나노 반도체 양산이 구현되는 시점을 2029년께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드맵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예상 양산 시점을 단순히 ASML만의 추정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글로벌 최첨단 칩 제조사는 반드시 ASML의 기술력이 있어야 하며, ASML 역시 이들 기업에 고가의 장비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고객사들과 협의를 통해 로드맵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ASML은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삼성전자, TSMC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현재 7나노 이하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구현한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다. 지난해 파운드리 재건을 선언한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실제 3나노 구현은 삼성과 TSMC에서만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ASML의 장비 관련 로드맵 역시 삼성전자·TSMC와 논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의 1나노 경쟁 역시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TSMC는 1나노 투자 카드를 먼저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 삼성전자가 2027년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계획을 발표한 지 1개월 만에, TSMC가 이미 1나노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는 아직 1나노 투자와 관련된 공식적 투자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선단공정 경쟁의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관련 미래기술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TSMC가 모두 2025년에 2나노 칩 양산을 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2027년에는 삼성전자만이 1.4나노 공정을 구현한 칩을 양산하겠다고 공식화한 상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의 길이를 나타낸다. 3나노는 반도체에 그릴 수 있는 전기 회로의 선폭이 3나노미터라는 뜻이다. 물론 이 선폭이 실제로 정확히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10나노, 7나노, 5나노, 3나노 등 반도체 기업이 밝히는 선폭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실제 선폭의 감소가 아닌 칩 성능의 향상을 표현하기 위한 마케팅 성격 용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회로의 간격이 미세해지면, 반도체 성능이 높아지고 사용 소비 전력이 줄어들고, 같은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으므로 생산 효율도 높아진다. 동일한 웨이퍼에서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하는 칩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선폭의 수치를 줄여 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2나노미터 공정 이하 첨단 반도체 칩 제작에는 3차원(3D) 패키징 등의 신기술 개발이 필수”라며 “향후 5년간 이 같은 기술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1나노 경쟁과 관련해서 패키징 신기술 개발이 중요 화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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