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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전쟁 장기화에 美 첨단무기·포탄이 떨어져간다
美 국방부, 우크라 평화협상 압박 속내는…
자체 전투 준비태세 위한 재고까지 부족 논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 배치된 폴란드의 크랩 155㎜ 자주포. 미국은 155㎜ 포탄 재고가 바닥 나 한국이 155㎜ 10만 발을 제공하기로 했다. [AF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9개월 가까이 이어지며 첫 겨울을 맞는 가운데 미국은 첨단 무기 등 우크라이나군에 지원 가능한 일부 무기 품목이 고갈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미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무기 비축량만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무기 품목에는 155㎜ 포탄, 견착 발사식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155㎜ 포탄은 최근 한국 국방부가 10만발을 미국 재고 보충용으로 수출 협의 중이라고 밝힌 품목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 배치된 폴란드의 크랩 155㎜ 자주포 안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AFP]

이 뿐 아니라 HARM용 대 레이더 미사일, GMLRS 지대지 미사일, 휴대용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 첨단무기들의 경우 미 군수업체의 생산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한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의 무기 재고와 산업체가 압박을 받는 지 질문에 “분명 그렇다”고 답했다.

155㎜ 곡사포 포탄 재고 바닥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여러 나라가 무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그리스가 155㎜ 포탄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155㎜ 포탄 10만발을 미국에 제공한다. 최종 사용자는 미국이란 게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미국 언론들은 관련 뉴스를 다룬 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비밀 합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회 지원한다고 썼다.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 국방부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6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한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

미 국방부의 9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월 24일 이래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80만6000여개를 지원했다. 전 백악관 국방예산 분석가이자 퇴역 미 해병대원 마크 캔시안은 “아마도 (155㎜ 곡사포 포탄은) 미국이 전투수행능력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제공할 수 있는 한계치에 다다랐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시장 덕에 155㎜ 공급에 제약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재고 수준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무기 지원) 점점 더 어려워질 것·…그래도 계속”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무기는 미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 비축분에서 보내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수의 국방부 관료들은 미국은 결코 자체 준비태세에 리스크를 주지 않으며, 모든 무기 선적은 미국의 전략적 재고와 전쟁 계획에 대한 영향 평가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기 재고 부족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미국 군수 업체들이 수요를 충분히 빨리 따라잡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 관료는 분석했다.

마이크 퀴글리 미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은 “며칠 안에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전쟁이 이제 수년이 될 수도 있다”면서 “세계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으며, 서방은 매우 높은 수준의 요구를 맞추는데 매우 힘든 시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만큼 계속 지원한다는 게 입장이다. 페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무기 중 어떠한 무기도 미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약화시킨 건 없으며, 미국과 동맹국의 재고를 적시에 보충하기 위해 무기 제조업체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군은 그들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그 때까지 우리는 우크라이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계속 지원할 것이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4일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위를 바라보고 있다. [UPI]
젤렌스키 “평화는 없다…우리 영토 전역 해방 없는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면서, 러시아의 휴전 제안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블룸버그 신경제포럼에서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휴전 제안 등 단순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전체 영토를 해방시키지 않는 한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전쟁은 크름반도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완전 탈환을 통해 끝이 날 것”이라며 “이들 영토 내에 있는 ‘국가 내 국가’ 역시 우크라이나의 국경 안에 있는 우크라이나 주권지”라고 했다.

이는 2014년 러시아로 강제병합된 크름반도,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를 러시아에 넘겨 ‘휴전선’을 긋는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끝까지 가보겠다는 얘기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절적으로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인정했다. 그는 “드니프로강 동안으로 철수한 뒤 러시아군도 참호를 깊이 파고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수복 과정도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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