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붕괴 여파가 가상자산 대부업계로 일파만파 번지는 추세다. 가상자산 대출업계 주요 기업들이 신규 대출이나 환매를 중단하고 나서는가 하면, FTX가 인수를 추진했거나 FTX에 돈을 빌려줬던 업체들은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에 미 하원도 다음 달 청문회를 개최해 FTX 창업자 등 경영진을 불러 경영 방식과 붕괴 이유 등에 대해 따져 물을 방침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가상자산 대출업계 큰 손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신규 대출과 환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네시스는 “FTX 사태 여파로 비정상적인 인출 요청이 현재 유동성을 초과한 데 따른 조치”라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신규 유동성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 중이며, 다음 주 고객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이날 조치는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이 서둘러 인출하려 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앞서 제네시스는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약 2338억원)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대출 중단 결정으로 하버드대 출신의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도 고객 자금 상환 중단을 선언했다. 제미니는 ‘제미니 언’이라는 이자 지급 프로그램에서 제네시스와 협력 중이다.

FTX의 자금 지원을 받던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에 고객의 자금 인출을 전면 중단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파산 신청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블록파이는 지난 6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아 업계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FTX가 2억5000만달러(약 3340억원) 한도로, 기업을 위한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리볼빙 크레디트(Revolving Credit)를 제공한 바 있다.

FTX가 인수하기로 했던 코인 중개·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도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FTX 붕괴’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미국 정치권도 적극 개입하는 모양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민주)과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간사는 이날 FTX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12월 중 개최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청문회에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도 증인 명단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FTX 경영진은 물론 FTX 붕괴의 진원지로 알려진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등의 경영진도 출석 대상이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