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16일(현지시간) 전날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로 잠정 결론 내리면서 확전 우려는 사그라 들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미사일이 아니다”며 잠정 결론을 부인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은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폭발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폴란드 대통령의 예비평가와 모순되는 그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결론이 무엇이든지 간에 궁극적인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폴란드 정부 역시 폴란드 미사일 피격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에 의해 발생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순항 미사일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면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인 책임을 러시아에 돌렸다.

러시아는 전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약 100발의 미사일을 퍼부으며 공습을 재개했다.

안제이 두다(위쪽 사진) 폴란드 대통령은 국가안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는 명백하고 당연하게도 러시아의 미사일을 격추할 방공 미사일을 쏘면서 자국을 방어했다”면서 “전날의 충돌은 러시아 측이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북대서양이사회(NAC) 주재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의도적 공격의 결과물이라는 조짐이 없다”면서 “다만 전쟁이 없었다면 어제 상황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은 사라졌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리가 수집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4조는 이번에 발동할 필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서방이 ‘러시아 책임론’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를 감싸고 나섰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아래쪽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일일 TV연설에서 폴란드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현장에 대한 접근과 공동 조사를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공격이 폴란드 국경을 어떻게 넘어갔는지에 대한 모든 정황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문가들이 국제 조사에 참여하고, 현장에 대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과 나토가 이번 폴란드 피격 사건을 발 빠르게 잠정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외신들은 러시아와 정면 대결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가 국제 사회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든지 확전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폴란드에 미사일을 쐈다는 잘못된 정보에 대한 강력한 반응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충돌이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상기시켜줬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