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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우의 현장에서] 그들은 왜 유튜버에 도움을 청했나

“그 어떤 곳에서도 도움을 주지 않았어요”

연락이 닿은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자들의 피해금액과 유형은 다양했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었다. 정부기관 그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기, 대출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과 대출 사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자들도 그중 하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피해 구제’였다. 하지만 경찰과 금융감독원에서는 “증거가 없다”는 말로 일관할 뿐 이들이 떠안은 빚더미에는 관심이 없었다.

올해 초 피해자 A씨는 정부 사칭 광고에 속아 대출 사기를 당했다. 3개월 후 저금리 대환을 해준다는 말에 5000만원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 중고차를 구매했지만 차량 시세는 매매가의 8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불을 요구하는 A씨에게 업체는 “잘못이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수사를 진척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실행된 대출의 경우 구제가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중고차 대출 사기는 사기업체와 캐피털 등 금융사와의 합작품이다. 대출 과정에서의 담보 시세 부풀리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권을 가진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주의만 당부할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피해 구제에는 더욱 손을 놓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피해가 많다는 것을 알지만 대출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데, 금융사마다 대출 시스템이 달라 하자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당시 ‘금융소비자 보호 및 권익 향상’을 약속하며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항이다. 그러나 큰 진척은 없다. 금융민원 신속상정제 도입은 물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독립성 강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은 연평균 18건에 불과했다. 올해 8월까지 처리된 안건은 5건이었으며, 미처리된 분쟁 건수는 7855건에 달했다. 분쟁 처리 기간도 해를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금융감독원에 들어온 민원이 2만건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심층적으로 다뤄지는 금융민원은 극히 일부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이 유튜버를 찾는 심정도 이해가 된다. 취재를 통해 만난 유튜버 B씨는 중고차 대출 사기 피해자들을 모집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사기업체를 협박하는 방식으로 피해 구제를 돕고 있었다. 속 시원한 해결 탓에 피해자들의 연락도 끊이지 않았다. 물론 그의 방식이 옳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유튜버를 찾는 피해자들의 절박함도, 그를 응원하는 구독자들의 마음도 알 만하다. ‘국가는 뭘 하길래 유튜버가 나서냐’는 댓글 하나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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