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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동 지났는데 ‘왱~’...철없는 모기의 공습
서울시 모기감시자료 분석결과
11월 日최고기온 20도 웃돌아
첫째주 모기 수 관측이래 ‘최다’
따뜻한 날씨로 활동기 이어져
감염병 유발 모기 수도 급증
“경기 북부 등 말라리아 주의를”

“11월인데 ‘1일 1모기 잡기’를 하고 있어요.” 직장인 강모(37) 씨는 최근 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음식점 등 여기저기서 모기 잡기에 바쁘다. 강씨는 “이맘때 활동하는 모기는 피도 안 빨았던 것 같은데, 최근 만난 모기는 흡혈 활동을 해서 안 잡을 수 없다”며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모기에 물려서 20분 동안 영화도 못 보고 모기만 잡았다”고 말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난 요즘 ‘초겨울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1월 1주 서울시가 운영하는 51개 유문등에서는 서울시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모기가 잡혔다. 11월이지만 하루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등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10일 서울시 모기감시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 동안 610마리의 모기가 잡혔다.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모기 종류인 빨간집모기가 600마리, 반점날개집모기 등 기타 모기가 10마리 채집됐다. 이는 2008년 서울시가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기는 291마리 채집됐으며, 2020년에는 108마리가 서울시의 유문등에 잡혔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2~3개의 유문등을 설치해 매년 5월부터 매일 모기를 채집하고 있다.

여름철 이상 기후로 올해 모기는 예년보다 늦게 활동을 시작했다. 8월 폭우와 폭염이 이어질 때는 활동을 못하다 초가을부터 갑자기 개체 수가 늘었다. 서울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 따르면 8월 평균 모기 수는 약 1796마리였던 것에 반해 9월 모기는 약 2252마리로 전월에 비해 456마리(25.4%) 늘었다.

활동 시기가 늦어지긴 했지만 최근 하루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돌면서 모기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9일 최고기온은 14~22.4도로 평년에 비해 최대 5도가량 높았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기온이 15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활동이 어려워 겨울잠을 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이나 마트에서 모기장, 모기약 등 모기 관련 상품이 전년보다 판매가 늘기도 했다.

감염병을 유발하는 모기 수도 크게 늘었다. 이달 7일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10월 기준 말라리아 환자 수가 38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287명 대비 99명(33.5%) 증가했다고 밝혔다. 날개에 흑색 반점이 있는 소형 모기인 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로 알려져 있다.

당분간 따뜻한 날씨가 전망되는 만큼 모기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주말인 이달 12일에도 최저기온이 7~16도, 최고기온은 18~23도로 일교차가 크지만 크게 춥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 따뜻한 날씨는 일요일인 이달 13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한 풀 꺾일 예정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겨울철에도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모기 활동기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모기가 많이 관측되더라도 겨울철 모기가 흡혈 능력이 강하진 않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진 않아도 되지만, 말라리아 위험 지역인 경기 북부 등의 거주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기 급증 현상 외에도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강릉에 봄꽃이 피는 등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강원 강릉시 경포호 산책로와 남대천 하류 주변에서는 11월임에도 불구하고 개나리가 펴 화제를 모았다. 강릉시 홍제동 도로변에는 철쭉이, 인근 주택가에는 사과꽃이 피기도 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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