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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중소·벤처기업 ‘모래주머니’ 규제 풀어 세계로 뛰게 해야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이달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축구사상 가장 기억나는 장면 하나를 꼽으라면 1983년 세계청소년대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축구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던 한국이 최초로 4강에 진출, 전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일깨웠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근간에는 피땀어린 고강도의 훈련이 있었다. 당시 한국 청소년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워 매일 체력을 단련시켰다. 대회 당일 모래주머니를 푼 선수들은 경기장을 펄펄 날아다니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고, 전설처럼 회자되는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마찬가지로 우리 중소·벤처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모래주머니와 같은 각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한 기업 규제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규제혁신 추진방향에 맞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33개의 현장애로 접수창구 ‘기업성장응답센터’를 통해 연간 500여건 이상의 규제를 발굴·건의하는 등 규제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A사는 ‘이미 기술개발은 마쳤는데 재활용할 배터리가 없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국내 전기차 급증에 따라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산업계 전반에 화두로 떠올랐으나 법적 근거가 미비해 혼선을 빚고 있었다.

지자체에는 수거한 폐배터리가 쌓여만 가는데, 정작 필요한 기업들은 공급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중진공은 기업성장응답센터를 통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관련 법령 중 재사용·재활용 및 매각에 관한 지침 구체화를 건의했다. 이는 ‘재활용 가능유형 및 재활용업 등록기준, 매각허용규정, 폐자원 거점수거센터 설치운영 근거’ 등 법령 개선으로 이어졌다.

중진공 조사 결과, 중소기업이 기업활동에서 가장 부담을 느끼는 규제분야는 고용·노동(38.2%), 이어 기술개발·사업화(11.6%) 순. 고용의 유연성 확보, 신제품 개발 및 사업화 지원 등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에 대해 전략적 해결이 절실하다.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현장에서 개선수요가 큰 규제를 적극 발굴해 과감한 규제철폐에 나서야 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신 3고와 저성장이라는 복합적 경제위기 속에서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들이 규제로 인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아울러 다년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개발한 신제품이나 산업 간 융합으로 탄생한 신산업의 기업활동이 인증이나 적용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가로막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를 과감히 풀어주자. 4강 신화를 창출해낸 청소년 축구대표팀처럼 성공적 규제혁신만 뒷받침되면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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