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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에너지·물가 ‘3각 파고’...얼어붙는 글로벌 경제
‘트리플 충격’에 짙은 불황의 그림자
유럽, 러시아發 ‘에너지 쇼크’ 직격탄
경제대국 독일도 제조업 둔화 현실화
미국주도 ‘逆통화전쟁’ 여파 일파만파
아르헨은 올 물가 상승률 100% 전망
中, 수요위축·제로 코로나에 성장발목

세계 경제에 짙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발(潑) 금리 인상, 중국의 ‘제로 코로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각 국 정책이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이제는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 경제까지 위협하는 형국이다.

실물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는 뚜렷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S&P글로벌과 JP모건이 발표한 10월 글로벌 복합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을 기록했다. 전월(49.6) 대비 하락했다. 복합PM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활동에 대한 기업의 기대 심리를 보여주는 지수다. 50미만이면 위축 국면을 뜻한다. JP모건은 “글로벌 경제활동 침체가 3개월 연속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유럽 경제 대국인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물 경제 둔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독일 연방 통계청은 9월 제조업 수주가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특히 유럽의 실물 경제 둔화가 가파르다. 팬데믹 기간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가뜩이나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러시아발 ‘에너지 쇼크’가 유럽 경제를 강타하면서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는 40%에 달한다. 천연가스 공급 차단의 여파로 에너지 비용과 물가는 치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연속 0.7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 불안도, 물가도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수요 위축과 더불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지난 10월 유럽의 복합PMI는 47.1로 9월 48.1보다 하락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견고한 실물경제를 자랑하던 독일도 ‘에너지 쇼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8월 독일의 산업 생산은 천연가스 공급 제한에 따른 비용 급등으로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수요가 줄면서 독일 경제를 받치는 제조업황은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독일 연방 통계청은 9월 제조업 수주가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유로존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이며, 독일 경제는 역성장(-0.3%)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라니 데보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쇼크가 점차 실물경제를 강타하고 있다”면서 “최근 수치들은 독일의 경기 침체를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앞서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지난 2일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도 최종적 금리 수준은 이전 예측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의 한 슈퍼마켓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는 모습. [AFP]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와 씨름하는 동안 더 큰 문제가 글로벌 경제에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다. 기록적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연준이 잇따라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국가들의 기준금리 인상과 통화가치 하락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올리면서 물가에 대응하려는 이른바 ‘역통화전쟁’은 이미 주요 국가들의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과열로 이어지며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로 32년만의 가장 낮은 엔저(円低)가 현실화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르고 무역 적자는 최악을 기록하는 등 경제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 등 주요 3국도 정치적 불안과 재정 건전성 악화 속에 미국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물가는 전례없는 수준으로 물가가 치솟으며 가계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0.3%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상황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고물가와 잇따른 금리 인상에 가장 먼저 주택 경기가 바닥을 찍고 있고, 경기 둔화 조짐에 대형 기술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탄탄한 노동시장까지 불안으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대출금융기관인 패니매(Fannie Mae)는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이 내년 초 미국의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며 “내년 미국 경제가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정부 주도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글로벌 수요 감소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대비 2%가량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임금 감소와 수요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실물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택시장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 위안화 하락 등이 겹치면서 대내외적 악재로 수요 위축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루이스 쿠이스 S&P 글로벌 아시아 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 전망이 약화되면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확신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요 감소가 견인한 생산 둔화는 현실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10월 중국 제조업 PMI는 49.2로, 9월(50.1) 대비 하락했다. 손미정 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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