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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돌이표 학력 인플레 세상…회사도 개인도 모두 다 불행 [길 잃은 고졸취업 <상>]
올 고교생 72%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
지난해 신입사원 평균연령 30세 넘어서
늦은 취업은 결혼연령 높여→저출산 악순환

용산공고 졸업 후 LG전자에 입사해 부회장까지, 43년간 성공신화를 그렸다. 2019년까지 LG전자를 이끌었던 조성진 전 부회장의 이야기다.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서른 살을 훌쩍 넘는 요즘 시대에 4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다.

사회 전체적으로 배움의 시간이 길어지고 사회진출이 늦어지면서 학교도. 학생도, 기업도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갈등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25세 이상~64세 이하 성인 인구 중 2000년 23.8%였던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 이수율은 2021년 51.7%로, 20년 사이 2배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2021년 기준 34.4%, 미국·영국·독일이 30%대다. 우리보다 대졸 인구 비중이 높은 곳은 일본 55.6%, 캐나다 62.0% 정도뿐이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은 젊은 세대일수록 더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0년 52.5%였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올해 71.9%에 달했다. 이 같은 대학 진학률은 30대 신입사원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채용 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주요 337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 채용인원의 평균 연령은 남성 30세, 여성 27.3세로 조사됐다. 또 다른 취업 사이트 인크루트가 2018년 상장사 571곳의 상반기 채용한 신입직원 연령 분석 등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평균 나이는 30.9세로, 1998년 25.1세보다 평균 5.8세 올라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취업시장도 한파가 몰아쳤던 2008년 27.3세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올라간 셈이다.

대학 진학률 증가와 늦어지는 첫 취업 연령은 다시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연령은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10년 새 2년이 늘었다. 또 한국경제연구원이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의 첫 출산 연령은 32.3세로, OECD 평균 29.2세보다 세 살 늦었다.

일선 산업현장의 한 관계자는 “(고졸 자리에) 하향 지원해 합격한 (대졸) 신입사원 중 일부는 급여와 환경 그리고 업무 수준에 실망하고 중도 이탈하거나 또는 타성에 젖어 발전이 더디기도 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고학력 인력이 단기간 크게 늘었지만 일자리 숫자와 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문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고용 상황 악화가 미치는 장단기 영향’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위 고졸 자리에 취업한 대졸자의 하향 취업 현상이 10%가량 늘었다고 자체 집계하며 “단기적으로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고 향후 경력 개발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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