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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고졸 취업-上] ‘정부도 외면’…고졸 취업, 길을 잃었다
정부·지자체, 공공기관·공기업 평가에서 고졸 채용 성과 항목 삭제
행안부, 2023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에서도 배점 낮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공공기관·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에서 고졸 채용 성과 관련 배점을 낮추거나 삭제하면서 고졸 취업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진은 직업계고 졸업 예정자들이 한 취업박람회의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최정호·김용재 기자] 직업계고 취업률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졸 취업률 제고에 앞장 서야 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오히려 각종 경영평가 지표에서 고졸 채용 성과 평가 항목의 배점을 줄이거나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지자체 산하 공공기관·공기업은 고졸 신입사원 채용에 적극 나서지 않게 되고 민간 역시 고졸 채용을 줄이고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직업계고 졸업생들은 대학 진학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7일 헤럴드경제가 확인한 기획재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 편람’에 따르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노력 성과 평가 항목의 배점 비중을 낮췄다. 고졸자, 지역인재, 장애인, 저소득층 등의 채용 노력을 장려하는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 항목 중 ‘일자리 창출’과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세부 항목에 종전에는 각각 6점과 4점을 부여했지만, 10월에 수정된 평가지표에서는 ‘일자리 및 균등한 기회’ 한 항목으로 통합하고 배점도 5점으로 절반이 줄었다. 자연스레 고졸 채용 성과 평가 항목의 배점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기재부의 이 평가 편람은 36개 공기업과 94개 준정부기관에 적용되는 평가지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마찬가지다. 행안부가 각 지자체를 통해 보낸 ‘2023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지표 관리방안’에서도 고졸적합직무 발굴 등이 포함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과 성과’ 항목 배점은 기존 4.8점에서 4.5점으로 낮아졌다.

서울시도 비슷했다. ‘2023년 서울시 투자기관 핵심가치평가 편람안’에 따르면 올해까지 0.5점이 배정됐던 ‘고등학교 졸업자 채용 지원’ 항목이 내년부터는 삭제된다. 서울시 투자기관들이 고졸 채용을 위한 노력 여부가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고졸 취업자 외면 현상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이후 뚜렷해졌다. 기재부가 2018년 각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으로 마련했던 ‘경영평가지표 관리방안’에서 고졸자·지역인재·여성관리자 확대 등의 배점을 2017년 4점에서 3점으로 줄였다.

같은 해 지방 공기업의 행안부 인사관리 평가지표에서도 2017년까지 평가지표에 존재하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른 청년 미취업자 우선고용 노력, 고졸자 등 기능인재 추천채용’ 등의 항목이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시절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졸 취업을 독려하고,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한 민간 기업에 1500만원 가량의 세제 혜택까지 부여했던 노력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면서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023년 서울시 투자기관 핵심가치평가 편람 중 고졸취업 관련 변경 내용

그 결과, 직업계고 중 하나인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도 크게 낮아졌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2년 38.4%였던 특성화고 졸업자의 취업률은 2017년 50.0%까지 치솟았다. 정부의 고졸 취업 독려 정책이 빛을 본 것이다.

하지만 지원책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관심이 떨어지기 시작한 2018년 이후 특성화고 졸업자 취업률은 2018년 41.4%에서 2020년 26.1%로 급전직하했다. 정부의 고졸 취업자를 위한 평가지표가 변경되며 공공기관이 이들의 채용을 소홀히했고, 민간기업 역시 사라진 정부의 인센티브에 이들을 외면한 결과다.

서울시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고졸 취업 관련) 정부 평가 지표가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바뀌는 등 완화되면서, 지자체 투자기관이나 공사 등의 경영평가지표에서는 아예 삭제되는 일까지 나타났다”며 정부가 외면하고 있는 고졸 취업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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