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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고졸 취업-上] 민간도 고졸취업 줄어든다, 왜?
전문대졸 더 선호하고 고학력자 하향지원까지
2016년 26만명 울산 고졸취업자 수, 2020년 이후 23만명 대↓
산업 생산시설이 많은 울산시의 경우 직장인 중 고졸 학력 취업자 수가는 2016년 26만명에서 2020년 이후 23만명 대로 줄고 있다. 사진은 한 취업박람회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요즘 취업시장에 바로 뛰어드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대기업에 들어오려고 하는 학생은 전문대라도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졸로 채용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증감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중이 미미합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사업장이 있는 한 A기업의 관계자는 현재 고교 졸업생의 취업 시장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과거 고교 졸업생이 대기업 현장 실무 직군과 같이 고용 안정성이 크고 임금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대부분 차지했다면, 이제는 전문대 졸업생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사업장이 빼곡히 들어선 울산시의 경우,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진다. 울산 직장인 중 고졸 학력 취업자 수는 2013년 24만6000명, 2016년 26만3000명으로 증가하다 2019년 25만1000명, 2022년 23만300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7년까지 26만명 수준이 유지됐으나 2020년 이후로는 23만명대로 떨어지며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만틈 고교 졸업자에 대한 신규 채용이 줄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는 전문대와 고교 졸업생을 구분 없이 뽑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장 직군에서 한 번에 뽑는 고졸 사원의 수가 한 자릿수라는 게 국가산업단지에 사업장을 둔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울산과 여수에 사업장을 둔 B기업 관계자는 “고졸과 전문대졸을 한 번에 모집하는 직군에서 차별을 하지 않아도 지원자 자체가 전문대 졸업생이 많다보니 고졸 사원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동일한 전형이어도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졸업생 대부분이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울산산업단지 인근의 C마이스터고의 경우, 한 해 졸업생이 100명 안팎인데 이 중 대기업으로 가는 비중은 40%대로 나타났다. 10명 이상 채용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각 기업으로 입사하는 인원은 1~2명 수준이다.

업계뿐 아니라 전문가도 고졸 취업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취업을 하지 못한 고학력자의 하향지원 추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을 나왔음에도 취업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 하향 지원을 하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고학력자를 선호할 수 있다”며 “고졸 취업자가 취업을 원하는 데도 고학력 하향취업자에게 떠밀리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고졸 취업 정책도 더해졌다. 고졸 취업자가 청년 세대 중에서는 소수인 탓에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흐지부지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교 졸업생이 얻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교수는 “취업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취업이 얼마나 지속이 되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근속 등 일자리의 질까지 포함해 지속 가능한 고용이 아니라면 잠시 취업했다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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