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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고졸 취업-上] ‘역주행’ 대한민국 고졸 취업 현주소
10년새 신규 고졸 구인 인원 14만명 감소
고졸 청년 고용률 OECE 34개국 중 32위
서울시내 특성화고 미충원 발생 학교 5배↑
대학가는 특성화고 졸업생 5년새 급증
2017년 50.0%이던 고졸 취업률이 2022년에는 27.1%까지 낮아졌다. 사진은 특성화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박람회 모습.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고졸 취업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사라지고 있다. 공기업·공공기관 평가지표에서 ‘가산점’을 주던 고졸 채용 실적 항목이 하나 둘 씩 사라지며 고졸 채용의 총량과 실적 역시 하락하고 있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에게 돌아갔다. 취업 부진에 일부 직업계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심지어 폐교를 당해 다니던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교육부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자 대비 취업자 비율(단순 취업률)은 2012년 38.4%에서 2017년 50.0%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2018년부터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17년 50.0%의 문턱을 간신히 넘었다가 2018년 41.4%, 2019년 31.0%, 2020년 26.1%를 기록하면서 5년 만에 ‘반토막’을 기록했다. 2021년은 26.4%, 2022년에는 27.1%로 점진적으로 상승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다.

다만 교육부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는 졸업자에서 제외인정자만 제외한 수 대비 취업자 수를 취업률 산출공식을 사용하다가 2020년 자료부터 취업률 산출공식을 졸업자에서 진학자,입대자,제외인정자를 더해 제외한 수 대비 취업자 수로 바꿔 발표하고 있다.

고졸 취업 감소는 정부의 바뀐 가이드라인이 견인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가 ‘고졸 성공 신화’를 천명하면서 고졸 채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5년간 직업계고에 예산 9000억원을 투입해 상승세를 탔으나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의무화 도입을 발표하고, 공공기관 고졸 채용 비율을 20%로 늘리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고졸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유는 공기업 평가지표에서 높은 수치를 차지했던 ‘고졸 채용 실적’ 가점 항목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한 행정자치부 (현 행정안전부) 인사관리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2017년 평가지표에 존재하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른 청년 미취업자 우선고용 노력, 고졸자 등 기능인재 추천채용’ 등의 항목이 2018년에는 사라졌다.

평가지표 변화의 여파는 바로 현실에 반영됐다. 우선 고졸 취업자를 채용하는 총량이 감소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통합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43만5974명이었던 고졸 신규 구인 인원은 지난해 29만647명으로 줄었다. 반면 대졸 신규 구인 인원은 2011년 3만168명에서 지난해 3만7010명으로 늘었다.

자연스럽게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실적도 하락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를 분석해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공공기관 370곳 가운데 49.8%인 184곳의 고졸 채용 실적은 ‘0’을 기록했다.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공공기관은 186곳(50.2%)이었으며, 5년간 고졸 채용이 100명 이상인 곳은 28곳(7.6%)이었다. 5년간 고졸 채용 실적이 있더라도 10명 미만인 곳이 95곳(25.7%)에 달했다.

이에 공공기관의 전체 인원에서 차지하는 고졸 출신 비중도 줄어들었다. 고졸 청년의 고용률은 OECD 34개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우리 고졸 청년 고용률이 63.5%로 OECD 34개국 가운데 32위를 기록했다.

바뀐 분위기의 피해는 자연스레 고졸 취업 희망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고졸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갖는 기간도 평균 35개월로 대졸 청년들의 소요 기간인 11개월과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고졸 이하 청년 절반 이상(54.0%)이 고교 졸업 후 첫 직장을 갖기까지 2년 이상 걸린 반면 전문대졸과 대졸 이상의 청년은 첫 직장까지 각각 13개월, 11개월의 기간이 걸렸다.

직업계고를 통틀어서 보면 지난해 졸업자 4명 중 1명 가량은 진학, 취업, 입대 중 어느 것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졸업자 7만8994명 중 미취업자는 1만8211명(23%)에 달했다.

고졸 학력자의 경우 대졸 학력보다 취업의 질도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을 살펴보면, 고졸 이하는 판매업 비중이 높은 반면 대졸 이상은 교육서비스업 비중이 컸다. 통계청이 공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고졸 이하는 ‘판매업’ 대졸 이상은 ‘교육·서비스업’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취업의 질 문제는 자연스럽게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황광훈 고용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교 졸업 이후 취업하는 직업계고 졸업생들이 안정적이고 질좋은 일자리에 안착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고용서비스 지원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계속되자 직업계고의 희망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도 대학을 진학하는 학생이 늘고 있고,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는 직업계고도 생겼다.

직업계고에서 취업 대신 진학을 택한 졸업생 비율은 2018년 35.6%에서 2020년 42.5%, 2021년 47.3%로 늘었다. 2018년 484명이었던 졸업 후 입대자도 2021년에는 1294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 시내 특성화고 70곳의 신입생 충원율은 84%, 미충원이 발생한 학교는 49곳으로 5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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