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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된 이태원…"사람들 5~6겹 쌓여 무덤 같았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들을 분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핼로윈을 맞은 토요일 밤 이태원은 '비극'으로 뒤덮였다.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린 압사 참사로 인해 30일 오전 6시 현재 149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했다. 사망자의 시신은 원효로 다목적체육관에 안치됐다. 소방당국은 사망자의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날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도로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씩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소방관과 경찰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을 압박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쏟았다. 쓰러진 친구와 일행 앞에서 비명과 울부짖음이 뒤섞이며 이태원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 상태였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들을 분류하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에 신고된 구조신고는 81건, 심정지 상태인 환자는 약 50명으로 알려졌다. [연합]

연합뉴스에 따르면, 호주인 네이슨씨는 "밤 10시께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며 "바로 옆에 클럽에 사람들이 몸을 피하려 했지만 주인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리를 다친 20대 남성 김모 씨는 "밤 10시 30분쯤부터 사람이 밀려나기 시작하다가 10시 40분부터 앞쪽에서부터 사람이 넘어져 사람이 5∼6겹으로 쌓였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 등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 명이 CPR을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20대 여성은 "사람들이 층층이 쌓여 마치 무덤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서서히 의식을 잃었고 몇몇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이 여성의 친구도 "주변 사람들이 안간힘을 다해서 제일 밑에 있던 사람부터 빼냈지만, 워낙 위에 쌓인 사람이 많아서 구조가 제대로 안된 것 같다"며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30) 씨는 "밤 9시쯤 해밀톤호텔 뒷골목을 지나다가 인파에 밀려나 죽을 뻔했다"며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통제가 안 돼 환자들을 사람들이 지켜보기만 했다"고 전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 등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소방당국은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지만, 워낙 인파가 많아 경찰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부터 참사 현장 주변의 술집, 음식점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환자 이송 및 치료 목적 이외의 일체 차량과 인원을 철저하게 통제하라”고 지시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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