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상] “난 호박벌! 공놀이를 좋아하지” 젊을수록 놀이 즐기는 그들
호박벌도 놀 줄 알아…곤충서 처음 관찰
연구팀 “지력·감각 생각보다 훨씬 높아”
나무공을 굴리는 호박벌. [Samadi Galpayage 제공 동영상]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반려견이 공놀이하며 즐거워하듯 호박벌도 나무로 된 공을 갖고 놀며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도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어린 포유류나 조류의 놀이행동은 흔하지만, 곤충이 사물을 갖고 놀이하는 모습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런던 퀸 메리 대학 연구팀은 호박벌이 아무런 생존적 동기 없이 즐거움만을 목적으로 나무 공을 굴리려고 애를 쓰는 장면을 관찰한 결과를 학술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발표했다.

나무공을 굴리는 호박벌. [Samadi Galpayage 제공 동영상]

이 대학 감각·행동 생태학 교수 라즈 치트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단, 곤충이 쾌락을 위해 노는지 판단하려면 공을 굴리는 동안 어떤 신경 전달 물질이 활성화되는지 분석할 필요성이 남아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공을 굴리는 행위는 먹이를 획득하거나 짝짓기를 하는 등의 생존전략과는 무관한 행동으로, 스트레스가 없을 때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박벌들은 젊을수록 늙은 벌보다 공을 더 많이 굴려, 어린아이나 새끼 포유류와 조류가 가장 활동적으로 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또 수컷 벌이 암컷보다 더 많은 시간 공을 갖고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 굴리는 호박벌. [Richard Rickitt,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연구팀은 앞서 달달한 음식을 보상으로 제공하면 호박벌이 공을 굴려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도록 훈훈련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보상을 마다하고 목표지점 밖으로 공을 굴리는 것을 보고 추가 실험에 착수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호박벌이 훈련이나 먹이 보상 없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공을 반복해서 굴리는 것은 다른 큰 동물들이 보이는 놀이 행동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사마디 갈파이지는 "호박벌들은 이 '장난감'에 계속 달라붙어 놀았다"면서 작은 몸집과 두뇌에도 초보적이기는 해도 다른 큰 동물들처럼 일종의 긍정적 정서 상태를 경험하는 듯하다고 했다.

'벌의 지력'(The Mind of a Bee)이라는 저서를 내기도 한 치트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곤충의 지력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발전해 있다는 점을 강력히 나타낸다"면서 "곤충은 전통적으로 생각도 감각도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생물과는 아주 거리가 멀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추가하게 됐다"고 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