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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함에 남성관사 붙여달라" 伊 첫 여성총리, 왜?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45)가 총리 공식 명칭 앞에 남성 관사를 붙여달라고 공식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조르자 멜로니(45)가 총리 공식 명칭 앞에 남성 관사를 붙여달라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멜로니는 이탈리아 총리 공식 명칭인 'Presidente del Consiglio' 앞에 여성을 뜻하는 정관사 '라(la)' 대신 남성을 뜻하는 정관사 '일(il)'을 사용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멜로니가 총리로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총리실은 공문에서 멜로니 총리를 일컬을 때 남성 관사 'il'을 붙였다. 총리실은 언론사에도 멜로니 총리를 지칭할 때 남성 관사를 써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멜로니 총리는 2019년 한 연설에서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기독교인입니다"라고 외쳤지만, 여성으로서 정체성은 부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낙태에 대해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여성 할당제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가 최근 임명한 24명의 장관 중 여성은 6명에 그쳤다.

멜로니 총리가 직함에 남성관사 사용을 요구하자 이탈리아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최대 노동조합인 우시그라이는 성명을 내고 "멜로니 총리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에서 그녀를 언급할 때 남성 관사를 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를 "위험한 퇴행"이라고 규정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라우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남성적인 형태를 택하다니…"라며 "자매들(Sisters)을 이름에 넣지 않은 정당인 FdI의 대표가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인가"라고 비꼬았다

반면 이탈리아어 관리 기관인 아카메디아 델라 크루스카의 클라우디오 마라치니 회장은 여성이 맡은 직책에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는다면서도 "이념적이거나 세대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신임 내각이 공식 취임했다. 베니토 무솔리니가 처음 집권한 1922년 이래 100년 만에 가장 극우적인 정권이 출범한 것이다.

멜로니에겐 ‘여자 무솔리니’란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15세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기 때문이다.

MSI는 1946년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로,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하면서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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