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기업어음 91일물 금리 年4.37%로 폭등…자금시장 경색 여전…한은, 깊은 고민
정부 대책 하루만에 채권시장 또 요동
채권업계 “결국 중앙은행 선택에 달려”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정부가 채권시장안정(채안펀드)을 가동하며 본격적인 매입에 나섰지만 단기 금리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국고채 금리도 하루 만에 다시 반등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상황과 관련 오는 2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 넘게 상승하면서 장초반 4.368%까지 치솟았다.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종가 연 4.107%)부터 연일 급등하다가 정부 대책(지난 23일) 발표 다음날 8거래일 만에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다시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시장 불안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날 하락했던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장초반 전일 대비 1.3% 넘게 치솟는 등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안정되지 않고 있다.

단기 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연 4.37%에 마감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연 4.3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됐지만 CP 발행물 관련 수백억원을 매입하는데 그치면서 금리 하락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날에는 AAA등급인 한국가스공사와 AA+등급의 인천도시공사가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에 나섰지만 일부 유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CP 91일물은 기업들의 대표적인 단기자금조달의 창구로 꼽힌다.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 창구에 몰리고, 이로 인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회사채 금리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금경색 관련 질의에 “9월말 레고랜드 이슈가 있을 때 회사채 및 기업어음 매입 한도를 6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렸지만 생각처럼 진정되지 않았다”면서 “채안펀드는 금융기관의 재원이라 한계가 있고, 한국은행도 이를 인지하는 만큼 조만간 금통위에서 한은도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현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번주 금통위에서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적격담보 대상에 은행채가 포함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보유한 은행채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그만큼 자금 여력이 늘어나고 조달 압박을 덜 받게 된다. 기업들 역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이 줄어들면 회사채 금리 상승압박이 낮아져 자금 조달이 쉬워질 수 있다.

한은이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조치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당시 시행됐지만 지난해 3월말 한시적 조치를 종료한 바 있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요청하고 있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의 도입 여부도 주목된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일반 기업이나 증권사·보험사·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한은이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받고 대출을 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8일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나 유동성 경색에 대한 해법으로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재가동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전히 잡히지 않는 원·달러 환율을 비롯해 인플레이션 상황과 싸워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선택으로 인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발행 주체 중 가장 괜찮은 은행들까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이라면서 “(지난 23일 발표한) 정부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국 관건은 중앙은행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