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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가 된 탄소중립’…기업에 기회가 되려면 [비즈360]
탄소중립 기업과 국가경제에 위기이자 기회
기업 자발적으로 기회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정부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인센티브 제공 필요
규제통한 채찍보다 충분한 당근이 더 효과적

요즘 기업 보도자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탄소중립’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량을 맞춰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흐름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과도 맞물린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새 비전 '올 타임 넷제로'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인 최태원 회장은 ESG 확산에 열심이다. 그는 지난 13일 SK이노베이션 창립 60주년 때 이를 쉽게 풀어냈다.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배출해 왔던 탄소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E(환경)’,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인간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것을 ‘S(사회)’, 동반자적 협업 관계가 구축되는 것을 ‘G(거버넌스)’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를 던졌다. 이는 모든 시간 동안의 탄소중립을 뜻하는 것으로, SK이노베이션 100주년인 2062년에 1962년 설립 후 배출해온 탄소까지도 상쇄하겠다는 의미다. 당초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넘어선 파격적인 선언이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21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에서도 “ESG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번 더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1992년 ‘삼성 환경 선언’ 이후 30년만이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국제사회 약속인 ‘2050년 탄소중립’ 보다 5년 앞선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LG그룹은 지난달 그룹 차원의 ESG경영의 방향성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처음으로 발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고객가치 실천’을 주제로 LG그룹의 ESG경영 방향성과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국내 기업이 이처럼 탄소와의 전쟁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뉴노멀’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실천하지 않고는 갈수록 기업경영을 하기 어려워진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세 등이 논의되면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미국, 유럽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도 국가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경제문제로 부상하면서 기업도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과거처럼 환경규제 회피를 위한 추가비용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기회의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가시화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 비용부담이 커지면 이익창출이 필요한 기업들로선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기업으로부터 탄소중립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과 함께 세제·금융지원, 핵심 감축기술 투자에 대한 수익보장제도 도입 등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아울러 배출권거래시장과 전력시장을 정상화시켜 적정한 탄소가격과 전기요금을 통해 사회 전체의 탄소감축, 전기절약, 탄소중립 기술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 가입이 늘고 있지만 정작 쓸 재생에너지가 없거나 너무 비싼 것 또한 현실이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부담 완화가 필요한 이유다.

SK지오센트릭(사장 나경수)은 2050년에는 현재 해마다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양의 100%를 재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친환경 부문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폐플라스틱과 사용후 배터리 등 순환경제 관련 법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양질의 폐자원을 국내에서 수급하기 위해서는 분리, 선별 시설 고도화가 필수적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와함께 여러 부처가 관장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법령을 일원화하거나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탄소중립 투자 규모가 2030년에 5조 달러(약 6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중립은 기업과 국가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에 나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규제를 통한 채찍보다는 충분한 당근이 더 효과적이다.

권남근 헤럴드경제 산업부장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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