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자금경색에 신규 대출 올스톱…PF 비중 늘린 2금융권 초비상 [채권시장發 돈맥경화]
CP금리 높게 제공해도 수요자 찾기 어려워
부동산 PF 금리 5~6%서 9%로 치솟아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감이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 온 증권사들이 일차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PF 비중을 늘려 온 2금융권도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2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신용평가기관이 추산한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ABCP 규모가 31조4000억원이다. 부동산 PF ABCP는 주로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다수의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CP이다. 특히 부동산 PF에는 저신용 차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부동산 PF ABCP는 신용등급 A2 이하 비중이 27% 수준으로, 다른 단기물이 10% 안팎이다. 만약 ABCP 차환에 실패하면 발행 증권사가 직접 떠안아야 한다.

실제 A1등급의 3개월(91일)물 CP 금리는 지난 8월 24일 2.84%에서 10월 21일 4.25%로 최근 3개월 새 1.41%포인트가 올랐다. 만기 연장으로 차환하기 위해 CP 금리를 높게 제공해도 수요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단기자금시장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어음 최고 등급인 ‘A1’도 못 믿게 된 상황에서 부동산 PF 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며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사업장이 나오면서 유동성 위기감이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PF 사업을 주도했던 증권사는 물론 최근 부동산 PF를 비롯한 기업대출 사업비중을 늘려 온 카드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2금융권에서는 캐피털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피털사 수익률(부동산 PF 대출 금리)은 평균 5~6%선이었으나 최근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9% 선까지 올랐다.

대형 캐피털사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신규 취급 건은 사실상 끊긴 상태”라며 “신규 대출 건도 대형건설사 위주의 선순위 조건으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PF 건에 대해서는 현장 실사를 통해 진척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부실 조짐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PF 대출이 많은 한 카드사는 5위권 사업장 PF 비중이 60%, 10위권이 90%가 넘는 등 보수적인 사업 운영을 하면서 엑시트 분양률(아파트 분양 시행으로 기존 대출금 중 상환 가능 금액의 비율)이 90%에 이른다. 그럼에도 현재는 1군 건설사가 시공하는 양호한 사업장의 부동산 PF 대출 모집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카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전사는 부동산 관련 PF, 브릿지론(PF 메인 사업 전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단기 대출로, 빠르게 융자할 수 있는 대신 일반 대출보다 이율이 높으며 별도의 수수료가 필요)에 대해 사실상 신규 취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만기 연장을 위해서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6%에 육박하는 대규모 채권(한전채)을 발행한 것도 채권 등 자금조달 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PF 비중을 크게 줄인 저축은행업권 역시 연대보증인 조건을 붙이거나 기존 채권에 대한 부실률을 검토하는 등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대해 1년 전보다 높은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심리가 중요한데 현재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금융업계의 인식이 너무 강하다”며 “부동산 PF 참여 금융사들에 대한 건전성 모니터링을 하면서 수시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고, 사업 환경이 그나마 양호한 사업장에는 자금이 원활히 조달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