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앞서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회의를 통해 “쌀의 공급 과잉구조를 심화시켜 미래 농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법안을 7대 핵심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대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가뜩이나 경색된 정국이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수요 대비 3%를 초과하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무조건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팔고 남는 쌀은 정부가 다 사들이라는 것이다. 쌀값이 떨어져 농민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는 쌀을 수확해봐야 인건비도 안 나온다며 애써 지은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일도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정부가 남는 쌀을 전량 매입해 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쌀 수요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다. 최근 10년간 쌀 생산과 소비추이만 봐도 그렇다. 2012년 생산량은 400만9000t에서 2021년 388만2000t으로 3%가량 감소했다. 반면 1인당 소비량은 같은 기간 69.8kg에서 56.9kg으로, 18% 이상 줄었다. 소비가 생산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조다. 쌀값 하락은 결국 수급 불균형에서 기인한다는 얘기다. 개정안대로라면 해마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수매비용이 필요하다. 쌓이는 양곡 보관도 큰일이다.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다른 농작물도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재배면적을 조정해 대체 작물 파종 등 농업의 미래지향적 방안을 고민하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에 힘을 쏟는 것은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이 법안은 설령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 해도 민주당은 손해볼 게 없다. 생색은 민주당이 내고 정부와 여당은 농심을 외면하는 세력으로 몰면 된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농산물은 시장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어느 정도 쌀을 비축하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농업의 미래를 살리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판단만 배제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본회의까지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