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높은 비중’ 원인 추정
새벽 울음소리·쓰레기 파헤쳐
잠 설치고 여름엔 악취 피해도
사후대책보다 근원 해법 필요
서울 관악구가 유기동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에서 유기동물이 가장 많은 자치구라는 불명예에, 주민 피해 호소도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19일 ‘2017년~2021년 서울시 유기동물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관악구는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확연히 많은 유기동물 발생 건수를 기록했다. 최근인 2021년에는 599건으로, 2위인 강동구(374건)와 200건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 전체 평균 발생건수인 224건보다도 2.5배 이상 많다.
주민의 피해도 적지 않다. 관악구 대학동에 2년간 살았던 윤모(30) 씨는 “새벽에 울음소리로 잠을 설친 적이 많다”며 “쓰레기 봉투도 찢어놔서 내용물이 새어 나오는 일도 잦았다”고 호소했다.
신림동에 3년째 거주 중인 임모(31) 씨도 마찬가지다. 임 씨는 “인근은 주로 1인 가구가 살고 있다 보니 배달 음식 용기가 많이 배출되는 편인데, 제대로 안 씻어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유기동물이 쓰레기를 다 파헤쳐 놓는 일도 많다”며 “여름에는 널브러진 쓰레기로 인한 악취, 발정기 고양이의 소음 피해까지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출하는 주민 피해 호소에도 유기동물 발생 예방이라는 근본적인 조치는 사실상 어려운 모습이다. 유기동물 발생의 원인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경 전 광주동물보호소 대표는 “각 유기동물의 유기 근거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다만 유기동물 발생 주요 원인은 보호자의 이주, 신변 변화 등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구 차원에서도 정확한 원인 분석보다는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이라는 임기응변 대응과 원인 추정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 관악구 동물 보호 조례’를 발의했던 민영진 관악구의원(국민의힘)은 “청년 1인 가구 많은데, 외로움을 겪어 키우다가 변심하거나 이사를 하는 경우에 유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원인을 추정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관악구에 거주하는 청년 인구는 19만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으며 1인 가구수도 13만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9만5000명) 역시 3번째로 많았다.
관악구도 유기동물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적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사후적 대책 위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악구는 서울대 동물병원과 협업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유기동물을 위한 중증-응급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최대 25만원의 유기동물 입양비도 지원해오고 있다.
조경 대표는 사후 대책을 넘어 사전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구의 대책도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전부 발생 후의 조치 방안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라며 사전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키우던 사람이 버리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선행돼야 할 건 ‘못 키우게 하는 것’”이라며 “동물을 입양하기 전, 키울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철저한 확인과 지속적인 교육이 우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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