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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훈의 현장에서] 신라젠 사태로 본 韓증시...신뢰회복될까

지난 13일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의 거래가 2년5개월 만에 재개됐다. 가까스로 상장폐지를 면하면서 기업과 주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으나 신라젠 사태가 드러낸 한국 증시의 명암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2016년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신라젠은 바이오주 투자붐을 불러일으킨 주역에서 일순간 바이오거품론의 대표 사례가 됐다. 특례상장제도는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평가 등급을 받은 기술상장기업에 대해 일반상장보다 완화된 재무 관련요건으로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해까지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들은 총 143개사로, 같은 기간 일반상장한 기업의 약 16%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특례상장 기업들이 투자자의 피해를 야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상장유지가 결정된 큐리언트는 실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됐으며, 디엑스앤브이엑스, 샘코 등도 내부 문제와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신라젠 소액주주들도 신라젠 사태를 촉발한 원인이 상장 이전에 발생한 점을 들어 특례상장을 허가한 한국거래소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적과 같은 객관적 수치보다 ‘유망성’이란 계량화가 어려운 잣대로 특례를 남발해 투자자 피해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최근 투자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상장폐지 허들을 낮췄다. 기업회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또 상장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좀비기업들의 시장 퇴출을 막아 시장건전성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기업들은 즉시 퇴출해야 다른 투자자가 피해를 안 본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자연스레 한국 증시의 수준을 낮추는 부분과도 연결된다. 실제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이에 따른 주식시장 하락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유독 우리 증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동성이 심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은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상장기업 유관기관 간담회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가 계속되고 국내에서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역할이 부각하고 있다”며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첫 단추는 자명하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일에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론적이지만 달리 다른 답이 없다”며 “상장사 스스로의 노력과 당국의 관리감독 및 처벌 강화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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