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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사 배당 확대·자사주 매입 ‘브레이크’
당국, ‘현금쌓기 총력’ 당부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 놓고
은행권과 지속적인 협의 진행
지주사들 “감독원 톤 달라졌다”
건전성 확보 가이드라인 나올 듯

금융사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다시 건전성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식하겠다고 하면서 다소 완화된 스탠스를 보였으나,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면서 다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리·환율 등을 반영한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놓고 은행권과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상 징후 발생 정도에 따라 단게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각 사의 건전성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원장은 지난달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기존 지표만 갖고는 악화된 금융상황에 대한 자본적정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우니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디테일들, 예컨데 톱다운 방식일지 보톰업 방식일지 등을 얘기하면서 은행권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에 따라 금융사들은 그간 준비했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각 금융지주들이 주가방어를 위해 줄줄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을 할 경우 재원 마련을 위해 결국 현금유출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신한지주의 경우 이달 이사회를 열고 2122억원의 분기배당과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의결했다. KB금융은 지난 2월과 7월 각각 1500억원씩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 또한 다른 금융지주의 움직임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정보기술(IT) 투심 위축으로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 중인 카카오뱅크 또한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한 금융지주 재무총괄책임자(CFO)는 “아직 공식적으로 지침이 내려온 건 없지만, 현재까지 분위기를 봤을 때 자사주 매입에 대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며 “한동안 배당제한을 풀고, 자사주 매입 등에 대해 완화적 스탠스를 보였던 것에 비해 당국의 메시지 톤이 조금 달라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1년 초에 지주사와 은행의 배당을 순이익 20% 내로 제한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후 약 반년만에 배당 제한을 풀어주면서 금융사들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올해 이 원장이 취임한 뒤에도 “자사주 매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다소 완화된 스탠스를 보였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금리 발작’과 강달러 현상 심화로 다시 건전성 조이기로 돌아선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부터 1400원을 넘어섰고 달러 강세 압력도 여전한 상태다. 한국은행 또한 역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두 차례나 단행하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오는 11월 금통위에서도 추가 인상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금감원의 지속적인 건전성 조이기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예컨데 우리금융과 KB금융, 카카오뱅크를 투자하는 고객마다 각 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기대가 다를텐데, 당국이 건전성을 최우선에 놓는게 무조건 맞는지는 의문”이라며 “미국은 인베스트뱅킹(IB)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스트레스테스트가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커머셜뱅크 특성이 큰만큼 사별로 주주환원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에 따른 책임만 묻는게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과거처럼 행정지도 형태는 아니더라도, 유동성 강화 및 건전성 확보에 대한 주문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안좋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배당을 비상식적으로 높게 한다면 주주로부터 동의받기도 어렵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가장 최악의 케이스에서도 규제 비율을 선회할 수 있는 자본 버퍼를 유지하도록 가이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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