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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 BTS와 함께 뜨거웠다…“앞으로도 30년, 40년!”
5만명 모인 BTS 부산콘서트
부산항 1만명, 해운대 2000여명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굳건히 이어갈 것”
방탄소년단의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 (정국)

“마, 살아있네” (제이홉)

5만 관중의 함성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대형 LED 화면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소리 높여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부산 전역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아미들의 축제’의 마침표와 같았다.

지난 6월 앤솔러지 앨범 ‘프루프(Proof)’ 발표 이후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이라는 기사가 쏟아지며 전 세계 아미를 혼돈과 충격에 빠뜨렸던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뭉친 그룹의 무대였다.

공연은 첫 곡부터 강렬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은 가장 최근 앨범인 ‘프루프’를 통해 보여준 방탄소년단의 9년사를 옮겨온 무대였다.

방탄소년단의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마이크 드롭(MIC Drop)’으로 문을 열고, ‘달려라 방탄’, ‘런(RUN)’ 무대를 시작한 것은 기존 K팝 그룹과는 태생을 달리하는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애초 대형 기획사 출신도, ‘OO 동생’이라 불릴 만한 빅스타 선배도 없었다. 이른바 ‘흙수저 아이돌’로 가요계에 데뷔, ‘피, 땀, 눈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준 오프닝이었다.

부산에서의 공연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만. 고향인 지민과 정국에겐 이번 공연이 더 각별했다. 지민은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는 것과 항상 영광인데, 고향으로 모실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설레고 이상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공연은 지난 3월 서울 잠실주경기장 이후 7개월 만이지만, 그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은 오미크론 변이 여파로 회당 1만5000명의 관객을 받았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열린 첫 대형 콘서트였던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방역지침으로 함성과 떼창이 금지, 박수로만 모든 감정을 대신하는 공연을 열었다.

방탄소년단의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이날의 함성과 떼창은 질감이 달랐다. 놀라울 만큼 전 세계에서 많은 관객이 찾았고, 한국에서도 전국에서 아미들이 모였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보러 먼 길을 온 해외 팬들도 적지 않았다. 멤버들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아미들에게 “여러분, 진짜 보고싶었다”며 그리운 마음을 마음껏 표현했다.

공연은 단체 무대는 물론 유닛으로 선보이는 자리도 마련됐다. 진 지민 뷔 정국이 ‘00:00(제로 어클락)’, ‘버터플라이’로 감성적인 무대를 연출했다면, RM 슈가 제이홉의 래퍼 라인은 ‘욱(UGH!)’, ‘ BTS 싸이퍼 파트.3 :킬러(BTS Cyper Pt.3:Killer)’를 들려줬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미밤은 공연 연출을 위한 또 하나의 장치였다. 객석의 아미밤은 색깔을 달리 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이벤트이자, 특별한 효과로 자리했다.

방탄소년단 글로벌 빅스타 자리에 올려놓고, 대한민국 대중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 무대에선 각자의 공간에서 이번 콘서트를 즐기는 아미들이 모습이 대형 화면을 채웠다. 노래 가사에 맞춰 경기장 밖에서 불꽃놀이가 열리고, 공연장 안에선 아미밤이 각기 다른 색깔로 빛나며 폭죽을 터뜨렸다. 이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버터’까지 울려퍼지며 공연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5만 명의 관객과 마주한 무대에서 멤버들은 아미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뷔는 “다음 무대 하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며 “그 전에 공연 전에 위버스로 안전 지켜달라. 다치는 아미 분들이 몇 분 계신 것 같다. 다들 안전 조심하고 화이팅 하자”며 관객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노래도 나왔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념하는 공연인 만큼 ‘발탁’된 곡이다. 2015년 나온 ‘마 시티(Ma City)’였다. 이 곡은 멤버들이 나고 자란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부산이 고향인 지민이 “웰컴 투 마이 시티. 렛츠고”라고 노래 시작을 알렸다. 노래엔 ‘부산의 바다여’ ‘아재들은 손을 들어’, ‘아지매도 손 흔들어’라는 가사가 담겼다. 이어 ‘쩔어’. ‘불타오르네’로 부산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15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방탄소년단(BTS)의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의 무대에서 한글 캘리그래피, 한복, 부채, 창호문양, 오방색 등 한국을 상징하는 무대 연출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

RM은 “이 노래는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라며 ‘아이돌(IDOL)’을 시작했다. 2018년 발표한 이 곡 안엔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와 같은 한국 음악의 요소가 들어가 화제가 됐다. 노래와 함께 무대 위 LED에선 우리 고유의 전통 문양이 이어지고, 장구와 한복, 부채, 북청사자놀이를 하는 듯한 탈의 모습이 담겼다. 아미밤은 청색과 홍색의 태극문양을 그렸고, 그 위로 BTS 글자가 떠올랐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과 함께 순수했던 열정의 시절로 되돌아갔다.

마지막 인사는 조금 빨리 건넸다. 90분으로 예정된 공연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멤버들은 7시 20분이 되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진은 “연습할 때는 큐시트가 그렇게 길더니, 막상 시작되니 왜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M은 “이 순간이 영원할 순 없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내일이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간직한채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이어진 노래는 ‘영 포에버(Young Forever)’였다. ‘막이 내리고 나는 숨이 차, 복잡해진 마음, 숨을 내쉰다’는 노랫말이 나오는 만큼, 마지막 곡으로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래를 마치자 조명이 꺼지고, 아미들의 노랫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 뒤로 ‘포 유스(For Youth)’가 이어졌다.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정리하고, 다가올 각자의 내일을 기약하는 무대였다.

방탄소년단의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무대가 끝나고 객석은 BTS를 연호하며 시키지도 않은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에선 매번 이어지는 문화 중 하나다. 관객들은 “한 번 더”를 외쳤고, 화면엔 “나라 세워 김남준”, “윤기 메리 미”, “아미가 있으니 방탄은 걱정마”, “보고싶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 손글씨로 적은 “USA BTS”까지 아미와 방탄소년단의 끈끈한 연대가 느껴지는 문구들이 가득 메워졌다. 브라질, 멕시코 등 모국의 국기를 들고 온 팬들도 있었다. 생일 축하 노래도 나왔다. 지난 13일 생일을 맞은 지민을 위한 노래였다.

공연의 앙코르는 가을의 한가운데에 듣는 ‘봄날’이었다. 새로운 봄캐럴로 떠오른 이 곡은 아름다운 노랫말로 국내외 팬들에게 특히나 사랑받는 곡이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프랑스 아미 조이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 봄날”이라며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래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는 곡이라 애틋하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을 배경으로 찍은 포스터에서처럼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버스 안에 자리잡고 앉아 노래를 시작해 무대를 나왔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프루프’ 앨범의 타이틀곡 ‘옛 투 컴’이었다.

무대를 마무리하며 제이홉은 “이젠 믿음이 필요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며 ”방탄소년단과 아미 사이에 우리의 하나 된 믿음으로 미래를 꾸려가 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맏형 진은 “공연을 하면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 우리가 잡혀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었다”며 “‘앞으로 콘서트를 언제 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이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 생각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리더 RM은 “우리 앞에 무슨 일이 펼쳐지더라도 방탄소년단의 마음이 같다면 굳건히 잘 이겨나갈 것이다. 행복하게 공연하고 음악을 하겠다. 부디 믿음 가져달라”고 말했다. 지민은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맛보기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30년, 40년”이라고 외쳤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단독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으로 인해 부산을 찾은 내외국인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메인 콘서트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15일 당일 5만 2000여명이 관람했다. [빅히트뮤직 제공]

방탄소년단의 부산콘서트는 화려했다. 방탄소년단의 사진전에서도 만났던 검은 날개 동상, 버스 모형이 무대로 올라왔고, 방탄소년단을 상징하는 구조물 모양의 LED를 무대 한가득 꾸몄다. 무대 양옆으로 대형 LED 화면이 두 개, 그 옆으로 작은 LED 화면이 또 나와 시야방해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가 국가 행사에 참여한다고 해서 무대의 수준을 타협할 수 없었다”는 하이브의 의지가 반영된 고퀄리티 공연이었다. 공연은 무료로 열렸지만, 제작 전반에 투입된 비용만 7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번 공연으로 인해 부산을 찾은 내외국인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메인 콘서트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15일 당일 5만 2000여명이 관람했다. 공연장 밖에서 이어진 ‘라이브 플레이’ 현장에도 많은 관람객이 모였다. 부산항에는 1만 명, 해운대에는 2000명이 관객이 함께 했다.

러시아에서 온 크세니아 피터스브룩(29)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이 위해 10월 8일 한국에 입국해 엊그제 부산으로 왔다”며 “오랜만에 보는 대면공연인 데다 앞으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 힘들게 와서 너무나 멋진 시간을 보냈다. 멤버들의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온 데니스(31)는 “2017년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 됐다”며 “필리핀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엄청 나다. 오늘 공연에 400~500여 명의 필리핀 아미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엔 방탄소년단 대표곡 위주로 노래가 나와 아직 아미가 아닌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들려줬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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