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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극단성 못 버린 김문수, 사회적 대타협 이끌 수 있겠나

교육·연금과 함께 노동개혁을 3대 국정과제로 설정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한 축인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임명할 때부터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라는 우려가 컸다. 과거 노동현장 경험과 국회의원·도지사를 지낸 경륜 등을 살려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인선이었지만 제도권에서 멀어진 이후 유튜브 등 SNS 공간에서 극단적 정치성향으로 진영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행을 여과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취임식에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가겠다”고 했지만 열흘도 안 돼 ‘막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초장부터 사회적 대화테이블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과거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받자 “박근혜 대통령 22년형, 이명박 대통령은 17년형,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훨씬 더 심하게 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 절반 가까운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을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반헌법적 인물로 낙인찍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가 모여 노동정책과 노사관계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대화 상대 중 하나인 민주노총을 두고 “김정은의 기쁨조”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거부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노사의 입장차이가 큰 ‘노란봉투법’을 두고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화파트너에 종북 딱지를 붙여놓고 머리를 맞댈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국회 환노위 야당 의원들이 경사노위 본연의 역할과 관련한 질의를 뒤로하고 개인의 사상 검증에 치중하면서 김 위원장이 여기에 말려든 측면이 분명 있다. 그렇다 해도 제도권으로 들어왔다면 개인의 성향을 내려놓고 국가가 부여한 책무에 충실해 노사갈등을 풀어낼 중재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줬어야 했다. 김 위원장은 이 관문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부적격자임을 드러내고 말았다.

김 위원장이 진영의 한쪽에 서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위원장 자리에 있다면 사회적 대화는 파행으로 흐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설명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는데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지만 안 되면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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