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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비·분담금↑ 사업성↓ ...소규모재건축 곳곳에서 파열음
조합원 동의율 확보에 ‘비상등’
성수동 정안맨션3차 좌초 위기
한편에선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노후단지 중심 조합 설립 늘기도
건설사, 고급설계로 가능성 모색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소형 정비사업에까지 진출하며 영토 확장에 한창인 반면, 주민 사이에서는 높아진 공사비와 금리 부담을 이유로 사업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 내에서도 ‘첫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기대를 받았던 정안맨션3차는 최근 성동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 반려 통보를 받았다. 정부의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 지원을 받으며 지난 2020년 조합설립인가를 빠르게 얻었지만, 최근 총회를 통한 사업시행계획 동의율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앞서 구청은 인가 신청 과정에서 ‘시공계약과 관련해 총회를 통한 조합원 동의율이 충족되지 않았다’라며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 측은 서울시 등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뒤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기한 내에 답변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청은 시행령에 따라 신청을 반려 처리하고, 조합 측에 재신청을 요구했다. 구청 관계자는 “시공계약 변경과 예산안 등에 있어서 총회 동의율을 충족했다는 결과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높아진 시공비와 분담금 탓에 사업성이 약해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조합원은 “공사비가 애초 사업을 진행했던 2020년보다 크게 올랐다. 다른 지역 소규모재건축도 3.3㎡당 800만원이 넘는 시공비가 든다고 하니 이 단지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억대 분담금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른 지역 소규모재건축 사업도 높아진 분담금 탓에 사업을 늦추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성수동의 장안타운은 최근 소규모재건축을 포기하고 주민들이 한 업체에 통매각을 결정했다. 마포구의 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역시 최근 3.3㎡당 800만원이 넘는 공사비를 이유로 총회를 연기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가구수가 적은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가구당 분담금이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주 당시 공사비와 현재 공사비의 차이가 커진 단지가 많아 주민 사이에 불만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반면, 더는 재건축을 늦출 수 없다는 노후 단지들도 많아 건설업계에서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새로운 활로로 생각하고 있다. 마포구의 공덕현대아파트는 오는 28일 소규모재건축 조합 설립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인근 단지들이 경기 침체를 이유로 사업을 지연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사례를 보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시 서울 내에서만 올해 8월까지 42곳이 새로 조합을 설립했는데,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수치다.

이에 맞춰 대형 건설사들도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수주했고, 대우건설도 도봉구 창동1구역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부 관계자는 “대형 정비사업이 주춤하면서 비교적 사업성이 낮은 소규모 재건축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강남권의 경우에는 대형 단지에서도 할 수 없는 고급화 설계가 가능해지는 등 장점도 있다”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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