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대 제박기가 얇은 구리막 생산
3박4일간 최대 77Km 동박을 1.4m 폭으로 만들어
2025년 연산 25만t 계획 ‘이상무’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 “북미공장 부지 최종선정 단계”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의 정읍공장 전경. 왼쪽 회색 지붕의 두 건물이 2020년 SKC가 동박사업을 인수한 후 지난해와 올해 각각 완공한 5·6공장이다. [SKC 제공] |
[헤럴드경제(정읍)=서경원 기자] “업계를 리드하는 선두 업체로서 (롯데와) 선의의 경쟁도 하고 필요한 부분은 협력도 하면서 책임있는 동박 공급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원철 SKC 대표)
박원철 SKC 대표이사 |
SKC의 자회사로 세계 1위 동박 생산기업인 SK넥실리스가 작년과 올해 증설을 마친 정읍공장을 지난 11일 공개했다.
박원철 SKC 대표는 이날 정읍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케미칼이 동박 경쟁사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대해 “현재 LG, SK, 삼성 등 3대 배터리 제조사들이 세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 3사에 총알을 대는 입장”이라며 “그런데 자금, 장비 등 여러 보틀넥(병목)이 있어 롯데가 이 대열에 나와주면 배터리 업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돼 열린 마음으로 새 플레이어의 등장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건 한두 해 동안 갑자기 장비나 의지만 갖고 따라잡기에는 기술적인 갭과 노하우의 차이가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재홍 SK넥실리스 대표 역시 “롯데의 진출로 동박 사업 경쟁이 더 가열될 것으로 보고 있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어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면서도 “동박 사업의 경쟁력은 넓고 긴 균질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인데 저희만큼 할 수 있는 곳이 없고 저희와 나머지 업체들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밝혔다.
SKC의 이차전지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 관계자들이 정읍공장에서 생산한 동박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년 동박사업을 인수한 SK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SKC 제공] |
SK넥실리스 정읍 5공장. 수십대의 커다란 제박기가 구리용해액 속 구리를 전기분해해 얇은 구리막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곳의 제박기는 기존보다 더 큰 드럼과 더 높은 전류를 사용해 생산성이 높다. 이들 제박기는 3박 4일 동안 최대 77km의 길이의 동박을 1.4m 폭으로 만들어낸다. 완성 동박롤은 무려 6t에 달한다.
6t짜리 동박롤은 자동으로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자동화 덕택에 제어실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천장의 자동 크레인과 바닥의 무인운반차가 정확하게 움직여 6t짜리 동박롤을 옮긴다. 제품 이상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로봇이 샘플을 분석실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달한다. 최첨단 시설에서 탄생한 동박은 전세계의 이차전지 제조 고객사에게 공급돼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의 핵심소재로 쓰인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연산 5만t 규모의 공장을, 올해 6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착공했다. 북미 투자 후보지역은 미국과 캐나다 내 4곳으로 압축해 검토하고 있으며 4분기 내 확정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 지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꼽히지만 이차전지용 동박 수요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역내 생산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
이에 SKC는 고객사에 보다 밀착해 요청사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과 캐나다 두 곳에서 동시에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글로벌 동박 업계 처음으로 고객사와 협력해 전용라인 구축도 추진한다. SKC는 고객사를 미리 확보해 보다 안정적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고객사는 자사 제품에 최적화한 고품질 동박을 확보해 공정 수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북미 지역 증설이 완료되면 SKC는 한국을 전략, R&D, 인력 양성 및 고부가 제품생산 거점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우위 기반의 아시아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또 폴란드와 북미 공장은 현지 고객사에 밀착 대응하는 전초기지로 삼는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 핵심 거점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확보하며 세계 최대 생산능력(연산 25만t이상)을 갖출 계획이다.
이 대표는 “북미 공장 부지는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지역 정부의 인센티브, 전력비, 인력확보 여부, 고객사와의 거리 등을 감안해 최종 확정 지을 예정”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지만 투자 계획은 종전과 변동된 것은 없고 다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투자금액이 일부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