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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도, 기업도 “현금만 꽉…” 돈줄경색 우려
기준금리 3%시대…너도나도 “현금 확보”
고물가·고환율에 투자 위축…경제 선순환 걸림돌
기업이자 상환능력 약화…부실화 가능성 더 커져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최소 한 차례 이상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내 대출금리가 8%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 있다. [연합]

다시 ‘현금의 시대’가 돌아왔다. 빚을 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던 가계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서둘러 현금 확보로 노선을 돌리고 있다. 기업도 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뿐 아니라 자금 조달도 어려워지자 투자계획을 미루고 현금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현금 확보 움직임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농협)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1853조원을 돌파, 한 달 전보다 18조원이 넘게 늘었다. 저원가성 요구불예금이 줄었으나 정기예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특히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이 각각 30조원대 증가세를 보이는 등 예적금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중이다. ▶관련기사 3면

최근 가계들은 고금리 이자 압박에 대출을 줄이고, 예적금으로 발 빠르게 자산을 옮기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내놓은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전월(4.53%) 대비 0.23%포인트(p) 오른 연 4.76%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월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대출을 활용해 자산가치 증식을 노렸던 레버리지 전략이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잔액이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뒤 9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기업들도 현금 창출에 주력하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최근에는 은행 문턱을 두드리고 있다. 기업대출금리가 2014년 이후 최고치를 찍긴 했지만 이미 자금 경색이 시작된 회사채시장에 비해서는 ‘그나마’ 낫다는 것이 중론이다. 회사채(무보증 3년물 AA-) 금리는 이미 연 5%를 돌파한 상태다. 물론 대출의 목표 또한 유동성 위기를 대비한 현금 확보 차원이다.

하지만 대출 또한 여력이 크진 않다. 이미 운전자금 수요 영향으로 기업대출은 눈덩이로 불어난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업의 금융기관 차입 규모는 56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조원 이상 늘었다. 최근에는 가계, 기업대출 부실화 우려 때문에 은행들 또한 대출 문을 걸어잠그는 중이다.

기업대출 상승에 따른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능력이 약화되며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 14.9%에서 올해 18.6%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사들을 불러 대손충당금 점검 등 건전성 유지에 대해 각별한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부실화에 대비하라는 당부에 은행권도 이미 기업대출 관리를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은 앞으로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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