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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스웨덴이어 이탈리아까지 극우 맹위…경제위기·반(反)이민 관통
이탈리아·스웨덴, “이민자 많아질 수록 일자리 준다” 반이민 정서 팽배
저소득층 일자리 뺏길까 우려
인플레이션·경제 위기에 EU 체제 불만 급등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AF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발(發)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 안보 위기로 인해 유럽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에서까지 최근 실시된 총선에선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우세력 득세는 유럽연합(EU) 체제의 단일대오를 무너뜨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지정학 위기에 새로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조르자 멜로니(45)의 승리는 유럽 내에서 이민과 난민에 대한 적대적인 정서가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해 유럽의 관문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에선 특히 난민에 적대적인 정서가 강하다.

멜로니의 우파 연합이 승리한 것은 복합적이지만 최악의 인플레이션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는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9.0% 상승해 7월의 8.4%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극우 세력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과 구매력 감소라는 유권자들의 좌절감을 선거전에서 최대한 활용하며 지지세를 불렸다.

이 과정에서 생활고 속에 지난 정부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의 표가 정부지출 확대,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한 Fdl에 쏠리면서 멜로니는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누렸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 스웨덴민주당 대표. [AFP]

이탈리아에 앞서 지난 11일 스웨덴 총선에선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가 넘는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랐다.

스웨덴민주당의 역대 선거에서 득표율은 2010년 5.7%, 2014년 12.9%, 2018년 17.5%였으며, 올해는 20.6%로 역대 최대였다.

프랑스도 지난 6월 총선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르펜은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까지 높였다.

이처럼 유럽에서 극우 세력이 급격히 성장한 건 난민 유입 증가와 함께 반(反) 이민 정서가 확산하고, 인플레이션 등 경제 위기가 저소득 층을 파고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웨덴민주당의 경우 2010년 처음 의회에 진출할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5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난민 유입이 늘자 명성을 얻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구 1030만명의 스웨덴에서 외국 태생 인구 비율은 20년전까지만해도 10%였지만 현재는 그 비율이 20%로 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저학력층을 중심으로 이민자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는 정서가 퍼졌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군나르 벡은 “유럽의 주요 강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스웨덴까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실패한 범유럽 정통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유럽 시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탈리아의 우파 연합 승리 요인으로도 8월에 9%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저소득 유권자의 좌절감이 먼저 꼽힌다.

또한 반이민 정서는 이탈리아에서 월등히 높다. 2018년 조사에서 이민자들이 많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대답한 이탈리아 응답자 비율이 58%에 달했다. 이는 유럽 평균인 14%에 비해 4배가 높은 것이었다.

영국 버밍엄대의 닉 치즈먼 정치학과 교수는 “식료품과 주유비 상승,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 불평등 증가, 계층 이동 감소, 이민에 대한 우려는 극우 지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절망감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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