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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다가오는 세계경기침체를 헤쳐 나가려면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꺾이고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 실질GDP는 상반기에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이 꺾이지 않아 침체라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도 있지만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유럽은 러시아 가스공급망 중단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 분쟁과 코로나 봉쇄 조치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후 부양 조치 덕분에 2분기는 미미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최근 수출증가율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등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미-중 간 통상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세계 공급망 교란은 세계 경제의 침체 전환을 촉발한 방아쇠가 됐다. 이러한 공급 부문의 충격은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물가급등을 초래했다. 그리고 물가급등은 미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통화정책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 경제를 본격적인 침체로 이끌고 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세계 경제 및 금융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는 각국 주가 하락과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늘려 다른 통화의 동반 약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점점 가시화되는 경기침체 우려는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가?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 물가동향을 고려할 때 미국시간 21일 열린 FOMC에서 미국 정책금리는 다시 한 번 대폭 올랐고, 이후에도 미국 정책금리는 지난 십수년간 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년 동월비 소비자물가가 8.3% 상승하면서 미국 경제 내 존재하는 물가상승 압력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더 고조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이제 앞으로 상당 기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그리고 경기침체라는 매우 어려운 거시경제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많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마땅치 않아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한국은행은 대외적 제약 속에서 독자적인 금리정책을 펼칠 여력이 크지 않다. 정부는 스스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자제하겠다고 엄숙하게 선언한 바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생각해서라도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물가 안정이나 수출 증진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안은 외환위기 직후처럼 어려움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노사정이 대타협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만약 최근의 물가상승에도 노동자들이 임금 상승을 자제해준다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침체에 맞설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될 것이다.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악순환이 차단되면 우리의 물가상승률이 미국 등 해외보다 더 낮아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국내 금리가 해외 금리보다 낮아도 자본유출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완화된 금리 상승은 금융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완화된 물가 상승은 우리 제품의 국제가격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개선, 경기 회복 그리고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질임금 하락으로 인한 내수 위축보다는 기업 경영환경 개선으로 인한 고용 유지가 내수에는 더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고 궁극적으로 노동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노사정 간 협력을 통해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질 수 있는지가 향후 수년간 한국경제의 큰 흐름을 결정할 것이다.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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