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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역대급 ‘거래 빙하기’...매매가, 작은 평형〉큰 평형 ‘역전’
서울·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으로본 시장
서울, 7월 이어 8월도 최저치 경신 확실시
수도권도 4월 이후 줄곧 최악의 내림세
집값 급등·금리 인상 등 겹쳐 시장 꽁꽁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
가파르게 오르는 시장 금리 여파로 주택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의 거래 건수가 매달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급급매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단지 내에서 큰 평수의 아파트가 적은 평수의 아파트 보다 싸게 거래되는 사례 마저 속출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집값 하락세 전환으로 주택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매달 거래 건수의 최소 기록이 바뀔 정도로 거래 가뭄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급매물 위주로만 드문드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보니 동일 단지 내 큰 평형 아파트가 작은 평형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매매가 역전 현상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 빙하기 진입한 주택시장=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7월 643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이날 신고 기준 540건에 그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거래 신고기한이 열흘 가량 남아 있으나 또다시 최소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달 들어서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73건으로 100건을 밑돌고 있다. 주택 거래시장이 사실상 ‘빙하기’에 진입한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1월 1360건으로 1000건대로 내려앉은 이후 올해 2월(820건)까지 하락세를 보였으나 대통령 선거 이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3월부터는 소폭 오름세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5월(1744건)을 끝으로 상승 흐름은 멈췄고 6월 1078건을 기록하는 등 다시금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8월 경기의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신고분 기준 2476건으로 확인됐다. 올해 4월(6653건)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며 전달인 7월 2906건으로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이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거래절벽을 겪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은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을 속이진 못한다”며 “집값이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 대출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낮춘 급매물만 겨우 거래...30평대가 20평대 보다 싸다=거래량이 쪼그라들면서 주택가격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한두 건의 급락한 실거래가가 시세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단지 내 매매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화성시 목동 힐스테이트동탄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9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지난해 9월 최고 9억65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3억원 이상 내린 2020년 초 가격 수준까지 떨어졌다. 해당 물건은 한 달 전인 7월 23일 손바뀜된 전용 74㎡의 매매가(6억8500만원)보다도 3500만원 낮게 거래됐다. 매도가 급한 집주인이 호가를 내려 집을 내놓다 보니 작은 주택형보다도 저렴하게 거래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평택과 김포, 의왕, 의정부 등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평택시 죽백동 평택소사벌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4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전달인 7월 전용 75㎡가 4억2000만원과 4억4500만원에 두 차례 거래된 것과 비교해 최고 4500만원 낮은 가격에 체결됐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숲속마을4단지 전용 84㎡의 경우 지난 7월 9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이는 2020년 12월 이후 최저가로 단지 내 더 작은 평형인 전용 74㎡의 올해 5월 매매가(10억원)보다 1억원 저렴했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서 급매물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보니 규모별 가격차가 적은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뒤집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두 달 시차로 가격대가 뒤바뀌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며 매매거래가 사실상 실종된 분위기”라며 “시세 대비 정말 싼 ‘급급매’만 간간이 거래되는 만큼 작금의 하락세는 금리 인상 이슈와 맞물리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값은 7월 대비 0.51%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1월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여기에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201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매수세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어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급매’만 겨우 팔리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는 급매물이 적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연구원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주택 거래량이 더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최근 1~2년 사이 교통 호재 등을 기반으로 상승폭을 높였던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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