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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왕 장례식을 치르는 영국의 ‘두 얼굴’
대규모 비용·애도의날 지정 ‘비통’
공공 서비스·푸드뱅크 중단 ‘분통’
영국 여왕의 국장일인 19일(현지시간)에 영국 각지에 있는 빈곤층을 위한 푸드뱅크(무료급 식소)도 하루 문을 닫기로 하자 소셜미디어 (SNS) 등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12일 영국 잉글랜드 런콘에 있는 한 푸드 뱅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배급할 식료품을 담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

고(故)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영국은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듯 보이지만 일각에선 국장일(1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한 데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하루 영국에선 은행, 슈퍼마켓, 영화관 등 각종 생활 편의시설이 문을 닫는 것은 물론 국민보건서비스(NHS), 푸드뱅크(무료 급식소)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까지 운영이 중단된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국장일이 갑자기 공휴일이 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NHS 예약 환자 수천명이 진료 예약 취소 통보를 들었으며, 수개월 동안 대기한 많은 환자들이 이 소식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민간단체인 영국의사협회(DAUK)의 엘렌 웰치 공동의장은 로이터에 “수술일이나 진료일을 최장 2년까지 기다려온 환자들로선 이날 예약이 취소되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의료 최전선에 있는 직원으로선 정부 의사 결정자들이 자신들의 결정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NHS가 최악의 인력난에 직면해 병원 치료를 대기 중인 환자가 600만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이날 일부 푸드뱅크가 19일 운영 중단을 발표, 소셜미디어(SNS)에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토크온트렌트시, 이스트 엠브리지, 이스트 그린스테드, 그랜섬, 링우드, 사우스 세프턴, 브리스톨 지역 푸드뱅크가 여왕을 추모하기 위해 국장일에 문을 닫기로 했다.

푸드뱅크는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생계 위기에 닥친 영국 저소득 가정이 끼니를 해결하는 곳이다.

트위터 사용자 조슈아 존스는 “여왕의 수십억 파운드 장례식을 위해 푸드뱅크를 문 닫는 건 가슴아픈 아이러니”라고 썼고, 또 다른 사용자 제스 다비스는 “아마 여왕도 이 일을 터무니 없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고 적었다. 여러 기관들이 여왕 추모를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영국사이클링협회는 19일 하루동안 전 국민 자전거 타기를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고 이를 철회했다. 뮤지션인 존 스파이어스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영국사이클링협회가 여왕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아무도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강력 권고했다”며 “나라가 미쳤다”고 비난했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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